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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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의 시간이 건진 3명의 인생

(2001.10.08)
 
나는 1초라는 것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하찮게 생각될 때가 많다. 아무리 휴대 전화비가 아까워서 짧게 걸려고 해도 50초는 지나게 마련이고, 집에서 쓰는 인터넷도 모뎀료가 부담이 되어도 한번 접속하면 최소 4분은 후딱 지나게 된다.

그런데 나는 1주일 사이에 그 대수롭지 않은 단 1초의 시간 때문에 두 번의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한번은 내 마음의 여유로움 덕택에, 다른 한번, 오늘은 단지 우연 덕택이었다.

1주일전 나는 추석 때문에 대전에 가족을 내려두고 홀로 저녁 8시경 원주로 올라오는 길에 청주를 지나고 있었다. 이 길은 처음으로 지나는 길이었고, 혼잡한 시내를 통과하고 있었고 길을 잘 알지도 못했으며, 어둠이 깔린 후라 빨리 원주로 돌아가고 싶었다. 더구나 추석 내내 운전을 하였기 때문에 몹시 피곤하였으며 판단력도 흐려 있었다.

혼잡한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아 막 도로를 건너는데 앞에서 차들이 막혀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얼른 앞 차를 따라붙으려 했을텐데 왠지 여유롭게 가자는 생각이 들며 페달에서 발을 떼었는데 그 순간, 반대편 도로 차들 틈에서 앞 차와 내 차 사이의 비좁은 틈으로 자전거 한 대가 쏜살같이 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 자전거를 보지 못했고, 자전거 탄 사람도 내 차를 보지 못했다. 한 사람의 생명과 내 인생을 구한 것은 그야말로 1초도 안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1초의 그 섬뜩함에 몸서리쳤다.


오늘 오후 5시쯤 나는 자동차를 몰고 대전에서 올라오는 아내와 아이가 도착할 시외버스터미날로 마중나가고 있었다. 조금 늦을 것 같아서 마음은 바빴지만 좁은 길로 가는 탓에 신호가 많았고, 그 길에서 마지막인 신호에 걸린 참이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중에 혹시 아내가 전화를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핸즈프리 장치에 올려진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하고 핸드폰 뚜껑을 열어놓아 두었다. 그 때문에 나는 파란 신호가 떨어진 것을 1초 쯤 늦게 알게 되었고, 급히 차를 전진시키게 되었는데 그 때 차들 틈으로 초등학생 꼬마가 냅다 뛰어나와 내 차 앞을 손 뼘 하나 차이로 지나가 버렸다. 내가 딴짓을 하느라고 흘려보낸 그 1초는 단지 그 꼬마의 생명을 구한 것 뿐만이 아니라, 내 인생의 나머지 수 십년도 구한 것이었다.

나는 최근 1주일 동안 일어났던 두 번의 사건에서 3명의 인생을 구한 그 1초의 고마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다른 두 사람도 언젠가는 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인지..


나는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사는 것일까? 지금까지 헛되게 보낸 시간들을 다 모으면 1초의 몇 배가 될 것인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 시간이 46분21초란다. 1초를 2781개 합친 시간이다.

시간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어떤 일을 해도 1초의 소중함을 우습게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1초가 구할지도 모를 수 십년의 시간과 수 십명의 생명을 생각할 때..


형종.
박형종 2001-10-08 (월)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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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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