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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째 테이블


세상에 좋은 뉴스, 행복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다.

지난 월요일 원주 한샘인테리어에서 구입한 의자 두 개가 왔고, 화요일 모던하우스 인터넷몰에서 주문한 테이블이 왔다. 이미 집에 14개의 테이블이 있는데도, 아이들 공부를 위해서, 또 나의 공부를 위해서 아무래도 15번째 테이블을 서재에 들여 놓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시작은 1월 1일 아버님 제사로 가족과 함께 인천에 갔다가 송도신도시의 오라카이 호텔에서 하루 묵은 것이었다. 다른 때에는 나 혼자 가서 제사만 지내고 밤늦게 원주로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신정이라서 가족과 함께 간 것이다. 호텔 근처의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호텔에서 낮잠을 자고 밤에 제사를 지내고 다시 호텔로 와서 잤다. 다음날 호텔의 19층에서 멋진 중앙공원의 물길과 그곳을 둘러싼 건물들을 바라보며 런치뷔페를 먹은 다음에 아내가 구경하고 싶다는 모던하우스에 들렀다. 거기서 길이가 1미터 70센티미터인 테이블을 보고 한 눈에 반한 것이다. 그동안 뭔가 서재의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딱히 그 이유와 해결 방법을 모르다가 그 테이블을 들여놓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생각을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고 해결책도 얻게 되었다. 좌식테이블에 앉아 공부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서재에 있던 세 개의 좌식테이블 중에서 한 개는 사용빈도가 낮았을 뿐더러 공간만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와서 사이즈를 재고 한샘인테리어를 방문해서 그곳의 테이블들도 구경해보았는데, 거기서는 의자만 사고 모던하우스의 인터넷몰에서 매장에서 본 것과 같은 디자인의 길이가 1미터 35센티미터인 테이블을 주문했다. 시원이가 고른 초록색 의자와 내가 고른 겨자색 의자가 테이블과 잘 어울린다. 그 테이블이 들어오기 전날부터 어제까지 4일 동안 책장과 선반 정리를 했다. 아직도 조금 더 정리할 게 남아 있다.

어제부터 시훈이는 공부할 때는 자기 방에서 서재로 건너와서 공부를 한다. 아무래도 자기 방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앞에 두고, 침대 옆에서 공부를 하자면 집중을 방해받기가 쉽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고 불만도 있어서 30분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하더니 오늘은 몇 시간도 앉아 있다. 반면에 시원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 자기 스스로 자기가 고른 의자에 앉아 수학책을 푼다. 시훈이도 곧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덕분에 오늘은 공부하는 분위기가 잘 잡힌 것 같다.

어제는 서재에서 선반으로 쓰던 레인지대를 빼고 깊이가 책장과 같은 6단 선반을 놓았고, 오늘은 테이블 위에 LED스탠드를 두 개 놓았다. 맹모삼천이라고 공부할 때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런데 맹모처럼 집을 통째로 옮기는 것은 여건이 쉽지 않으니까 집 안에서 어떻게 하면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연구해보아야 한다. 내가 깨달은 것은 테이블 하나가 공부하라는 백만 번의 잔소리보다 낫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알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또 다른 의미의 공부분위기를 위해 그제부터 나는 바다소에 수학문제를 내고, 오늘 아내는 영어문제를 냈다. 자식의 공부를 위해 여러모로 부모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시대다.

오늘 점심은 피자헛으로 피자 무한리필을 먹으러갈까 하다가 아이린 뷔페로 갔다. 무한리필이나 뷔페는 과식을 불러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금요일이기도 하고, 가족이 안 가본 뷔페집이기도 해서 사실상 먹는 체험을 고려해서 간 것이다. 즉석에서 닭고기스테이크와 목살스테이크도 무한리필로 구워주었는데 특히 닭고기스테이크가 맛있었다. 아이들은 와플을 자기가 직접 굽는 재미에 폭 빠졌다. 시훈이는 제법 잘 만들었고, 시원이는 고생했다. 집에 오니 배도 부르고, 날씨도 눈이 휘날리며 우중충해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 왔다. 시원이가 친구랑 모노폴리 등을 하면서 놀 때 나는 낮잠을 잤고, 시훈이는 공부하다가 쉬다가 한 모양이다.

저녁에 음악 방송을 보면서 아내가 만든 만두를 먹고, sk브로드밴드에서 VOD로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을 보았다. 방학이지만 평일에 열심히 공부하는 대신에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은 휴식의 시간이다. 아빠 드라큘라가 딸을 위해 벌이는 이야기인데 몬스터 아이디어가 기발했고 스토리도 좋았다. 평점이 8점대 초반인데 나 같으면 9점 정도는 주고 싶다.

영화가 끝나고 밤 10시 반 무렵 아내와 시원이는 잠자러 들어가고 나는 시훈이랑 우연히 KBS에서 하는 "슈퍼차이나"라는 특별프로그램을 보았다.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자원싹쓸이, 미국 국채매입, 미국에 공장 설립, 미국 부동산 구입, 유럽 명품 브랜드 인수 등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내일은 군사대국을 꿈꾸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라는데 그것도 보면 좋을 것 같다.

많은 것들이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진다. 공부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요리를 하거나, 가족과 밥을 먹고, 연인과 커피를 마시며 데이트를 하고,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상대방과 협상을 하고, 지금의 나처럼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내 등 뒤로 새 테이블이 밝은 나무색을 반짝거린다. 아이들이 자러 각자의 방에 들어간 시간에는 커피 한 잔을 놓고 책을 읽으면 좋을 곳이다. 또는 빈 종이를 놓고 명상을 하는 것도 어울릴 것 같다. 세상은 누군가의 테이블 위에서 나온 작은 아이디어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이 테이블을 만들고, 테이블이 사람과 세상을 만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라보니 새 테이블이 더욱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박형종 2015-01-16 (금) 23:51 글 993   답글 프린트 3 ▷3802 폴더 가구[4]
박시원   와플을 또만들어어 보고싶네요. 2015-02-10 21:29  답글 1
  박형종   와플 기계 하나 살까? 2015-02-10 21:52  답글
  박시원   좋은생각 이네요.
겨울되면 우리집이 와플가게로 변하나요?
2015-02-11 20:49  답글 1
  박형종   주말 아침에 시원이가 와플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잘 할 수 있겠지요?? 2015-02-11 21:24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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