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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여행


오늘 서해안으로 여행 왔다. 어젯밤 9시쯤에 바다소 오늘의 문제를 프린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수식이 제대로 인쇄되지 않는 문제로 오늘 새벽 2시 반까지 골머리를 앓다가 겨우 해결하고 3시에 잤다. 그래도 문제를 해결해서 그런지 아침에 전혀 피곤하지 않아서 상쾌하게 출발했다.

오는 길에 건물이 리조트처럼 생긴 행담도휴게소를 구경하고, 철새가 많은 금강하구둑을 들른 후에 군산 여행을 했다. 시원이는 휴게소에서 부산오뎅, 감자핫도그, 아몬드스틱을 구태여 자기가 사겠다면서 돈 쓰는 재미를 톡톡히 즐겼다.

군산에서는 건물이 특이하고 주인이 중국말을 쓰는 빈해원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먹은 후에 박물관통합관람권을 끊어서 네 곳을 둘러보았다. 일제 때 지어진 조선은행과 18은행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근대건축관과 미술관이 특이했고, 근대역사박물관은 2층에 꾸며놓은 6~70년대 모습들이 좋았다. 그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군함을 박물관으로 꾸며 놓은 것은 오후 5시 무렵에 도착해서 10분도 채 구경하지 못했다. 일제가 쌀을 배를 통해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부잔교가 아직도 작동되고 그것을 통해 자동차가 다니는 것이 신기했다. 1945년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연 빵집이라는 이성당에는 화요일 오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쪽에는 야채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정신없이 빵을 골라 담고 나왔다. 앙고빵은 팥 앙금이 튼실하게 차 있었고, 야채빵은 든든해서 식사대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운전하면서 앙고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어둑해질 무렵 새만금 다리를 건넜는데, 그 규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20년 쯤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해졌다. 올 신정에 다녀왔던 인천 송도신도시 같은 모습이 아닐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군산은 볼 것이 많은 도시다. 해가 일찍 떨어지는 바람에 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고 싶었던 몇 곳은 남겨두고 올라오는 길에 들를 것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틀 동안 묵을 숙소인 변산 대명리조트에 저녁 6시 40분쯤 도착해서는 짐을 풀고 귤을 몇 개 먹으며 쉬다가 리조트 시설을 구경하고 셀프가든이라는 곳에 갔다. 1층 식당에 바비큐를 할 수 있게 꾸며 놓은 곳인데 자기가 가져온 고기를 구워먹으면 세팅비로 3만원을 내야하고, 거기에 4만원을 더 내면 소시지, 목살, 삼겹살, 쌈장, 야채, 김치, 밥을 4인 가족이 먹기에 적당한 양만큼 준다. 셀프바비큐장은 처음 이용해보는데 재료 준비하는 시간과 설거지 하는 수고를 덜어주어 좋은 아이디어 같다. 저녁을 먹고는 리조트 옥상의 포장마차를 구경했는데 바람도 세고,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손님이 한 팀도 없었다. 전망이 좋아서 따뜻할 때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방에 들어와서는 한 사람씩 씻고, 각자 기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행담도휴게소에서 군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 시훈이에게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데이터베이스는 공책에 비해 검색, 비교, 통계처리가 쉽고, 재사용이 가능하며, 편집할 수 있다. 더하기를 반복하는 것과 곱하기를 반복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계산해보게 하고, 곱하기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를테면 더하기 방식은 손으로 돌리거나 페달을 밟을 때만 전기를 만드는 장치라면, 곱하기 방식은 풍력발전기나 태양광발전기, 조력발전기처럼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저절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과 같다.

공책이나 달력에 쓰는 것은 더하기 방식이고,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는 것은 곱하기 방식이다. 데이터가 몇 개 안 될 때는 차이를 못 느끼고,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는 것이 더 귀찮고, 그것을 공부하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생각되겠지만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그 둘의 차이는 극명해진다. 시훈이는 졸려서 그런지 내 말이 잘 귀에 들어오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저녁 때 숙소에서 시원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시훈이에게 노트북으로 바다소의 내 입출금 기록을 보여주며 낮에 차 안에서 했던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에 대해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휘발유를 검색하자 월별, 연도별 주유금액이 표로 정리되어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었고, 지출금액이 큰 순서로 정렬할 수 있었으며, 복사하기 기능으로 입력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작은이야기의 검색 기능, 스케줄의 알림 기능, 스토리보드의 순서편집 기능 등등 데이터베이스의 여러 장점을 간단하게 시연해주었다. 그제야 시훈이도 장점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앞으로 바다소를 잘 이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사용자가 많다고 좋은 사이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다고 반드시 위대한 사이트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베이스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이다. 그것에 따라 각종 정보가 기록되고, 이용될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들이 서로 다양하게 연동되고, 많은 데이터를 갖추게 될 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바다소의 데이터베이스들은 나 자신의 자기계발은 물론, 학교의 행정업무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편 바다소의 프로그램들은 데이터베이스에 자료를 기록하고, 관리하고, 이용하는 일을 수행한다. 데이터베이스가 집, 마트, 약국, 학교 등의 설계도이고 시설물들이라면, 프로그램들은 사람과 물건들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어떻게 들어가고 나가는가를 다룬다. 바다소에 조금이나마 유용한 점이 있다면 좋은 데이터가 쌓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4년 전에서야 비로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바다소를 만들고 이용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7년 전의 게시판 같은 바다소나 4년 전의 블로그 같은 바다소를 이용했던 사람들이 바다소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그 때에 비해 바다소는 다른 성격의 사이트가 되었고 자기계발을 위한 도구로 변했다. 바다소를 활용하는 자가 유리한 입장에서 플레이를 하게 된다. 믿거나 말거나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 이용하는 사람들은 예전 방문객들보다 더 재미를 느낄 것이고, 더 자주 이용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습관과 능력을 힘들이지 않고 저절로 갖추게 될 것이다.

바다소는 아직도 만들어지는 중이다. 2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바다소를 열심히 이용하는 사람들은 2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번 2박 3일의 서해안 여행에서 나는 날짜와 숙소만 정했고 아내가 코스를 짠 대로 가기로 했다. 새만금을 둘러싸는 섬들 위로 길게 놓인 다리를 차로 달리며 나는 마치 두 개의 여행을 하는듯한 기분이었다. 서해안이라는 오프라인 여행과 바다소라는 온라인 여행. 발로는 자동차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머리에는 바다소의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램들에 대한 생각들이 가득했다. 그 두 여행은 종종 서로 만나기도 했다. 마치 지금 바다소에 서해안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한 여행이 있어서 다른 여행도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은 좋은 기회다. 좋은 여행은 세상을 구경하러 가지만 결국은 자기를 만나는 것이다. 그런 여행이 되도록 평소에도 노력하고 여행 중에도 신경 써야 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돌아올 때 단지 추억만 갖고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다소에서 할 작업에 대해서도 한 아름 갖고 올 수 있다면 뿌듯해할 것이다.
박형종 2015-01-06 (화) 23:55 글 984   답글 프린트 2 ▷2584 폴더 바다소[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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