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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소식5 | 봉사

오늘 아침에는 사랑지 체험을 했다. 나는 우리반에게 배정된 천사의 집이라는 곳에 아이들을 따라 갔다.
 
8시 20분경 걸어서 도착한 천사의 집에는 0세에서 3세까지의 아기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주로 3층에 있는 성인들을 만났다. 9시 모임을 기다리는 동안 두 분이 호정이의 손을 쓰다듬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굉장히 걱정이 되었고 일분 일초가 매우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호정이가 침작하게 잘 대응하였고, 잠시 뒤 원장님이 친절하게 이 분들의 상태를 설명해주어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남학생 4명은 1층 주방에서, 다른 2명은 3층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여학생들과 설지원은  거실과 방을 청소하고 말 동무가 되주는 일을 맡았다. 나에게는 여기 저기 돌아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잘 하였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분위기를 밝게 하였다. 특히 호정이는 요즘 노래와 춤도 잘 추는 모습이었고, 다은이는 점심 식사 전에 기타 반주에 맞춰 애인있어요라는 노래를 멋지게 불렀다. 학생들은 식사가 불편한 분들을 떠먹여 주었다.
 
나는 50번 이상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거실 한쪽 벽에는 사진들이 붙어 있었는데, 두 분이 유독 그 사진들 중에서 생일 파티 사진에 집착하였다. 생일 케이크를 가리키며 신.. 신.. 이라고 자꾸 말하는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다. 몇 사람이 파티 모자를 쓰고 있어 그 분들의 생일 파티인 것은 알겠는데. 아무튼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면, 박수를 치고 춤을 추며 좋아하였고, 촛불을 불어서 끄는 흉내를 내었다. 그리고는 한번 더 해달라는 듯이 손가락을 하나 치켜들었다.
 
나는 이 분들이 왜 그 사진에 집착하는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촛불을 붙이고,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촛불을 불어서 끄는 이벤트가 무척 인상적이고 좋았던 때문일까?
 
그 벽에는 약 20장 정도의 사진이 있었는데, 생일 파티 사진 두 장이 나란히 붙어 있었고, 그 두 장의 사진을 번갈아 가리키며, 노래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한번 부르면 곧 이어 다시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내가 다른 곳에 있어도 다시 그곳으로 손을 이끌어 데려갔다.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무한반복이다. 심지어 1층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내 옆에 앉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나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격려하기만 하면 되는지 알았는데, 이런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1시에 그곳을 나오며, 두 줄로 길을 따라 걷다가 발목까지 수복하게 눈이 덮힌 운동장을 걸었다. 온통 하얀 운동장에는 우리들이 남긴 발자국만이 우리들의 무거운 마음만큼이나 깊숙히 새겨져 있었다.
 
묵묵히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고 있을 때, 내 발 옆으로 작은 눈덩어리가 하나 지나갔다. 이게 뭐지? 바람이 옮긴 것인가? 바람은 불지 않는데. 몸을 돌려 뒤를 보니 뒤에서 명선이가 장난을 친 것이었다.
 
이게 감히 나에게 눈싸움을 걸어? 나는 눈을 뭉쳐 던졌다. 보기 좋게 명중했지만 그게 불찰이었다. 곧 여자애들이 떼거지로 눈을 뭉쳤다. 남자애들도 치사하게 내 편은 아니었다. 나는 머리통보다 큰 눈 뭉치를 들고 앞에 있는 두 명의 여학생(희원이와 호정?)에게 뛰어가고, 애들은 도망가고..
 
우리는 이렇게 하여 무거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나는 오후 2시 12기 사은회와 졸업식 준비 때문에 먼저 학교로 돌아왔다. 다른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놓고 오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이후의 프로그램은 가벼운 것들이어서 다행이다.
 
이것으로 나의 꽃동네 소식은 끝이다. 나머지 소식은 아이들이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박형종   2010-02-19 (금) 00:00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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