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목요일 저녁 아내가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무언가 봤더니 인터스텔라였다. 금요일 아침 원주 cgv에 토요일 조조로 예약을 했다. 10시 50분인데 조조라고 1인당 6천 원만 내면 되었다. 그런데도 333석 중에서 예약된 자리는 십여 개에 불과했다. 같은 시각 서울 영화관들은 몇 자리 정도만 남기고 거의 모든 타임이 매진이었다.
오늘 팝콘과 에이드 두 잔을 들고 원주에서 제일 큰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다. 천재라는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답게 훌륭했다. 역시 이런 영화는 사운드가 빵빵한 영화관에서 봐야 제 맛이다. 중력, 블랙홀, 웜홀, 양자역학 같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과 입자물리학의 어려운 물리 용어들이 나오지만 결국 핵심은 인간의 사랑이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1,000페이지짜리 일반상대론을 공부했고, 대학원 때 우주 초기 상태에 대한 연구를 했고, 프랑스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덕분에 영화에서 다룬 물리 내용을 조금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영화에서 다룬 대부분이 단지 영화적 상상력이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헷갈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주인공 딸이 시원이랑 같은 나이여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구의 먼 미래에 대해 종종 생각해본다. 물론 천체 물리학자들은 지구의 미래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태양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지구를 집어 삼킬 것이다.
지금 하루하루 아등바등 하며 사는 사람들이 멀고먼 미래에 대해 고민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오늘 하루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할까?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정신일까?
사랑과 용기, 지혜. 그리고 지구는 우주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겸손. 그래서 더욱 시간을 아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가 지금 시간을 쓰며 하는 일이 의미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거창한 의미를 찾으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나,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먼 미래는 먼 과거만큼이나 흐릿하다. 부디 바로 오늘,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자. 마치 특정한 피사체에만 선명하게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처럼 바로 이 순간을 또렷하게 집중하라. 그래야만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보일 것이다.
나는 오늘 아침 10시 20분까지 레이어로 꿈속도를 보여주는 것을 시도하다가 계속 실패했다. 그리고 허겁지겁 영화를 보러 집을 떠났다. 아마 이 글을 쓰고 나서도 그것에 대해 잠자기 직전까지 더 시도해볼 것이다. 실패하면 내일 서울에 가는 김에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뒤져볼 작정이다.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자기는 바닷가에서 예쁜 조개껍질을 주워 즐거워하는 어린 아이와 같다고 말했다. 우주를 보면 볼수록, 시간을 깨달을수록 사람은 겸손해진다. 그래서 내 결론도 그렇다.
나는 작은 의미에 만족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며 행복을 즐길 것이다. |
박형종
2014-11-08 (토) 22:02
[5] 인쇄 | 최우석 이준영 김주영님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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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생각할 것이 많은 글인것 같습니다^^ 2014-11-0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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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지금 이 순간 작은 의미를 위해 집중한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란 뜻입니다. 물론 그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2014-11-0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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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원 이 영화는 대박!!!!!!!!!!!! 2014-11-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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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어제 여동생과 함께 조조로 인터스텔라를 보았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변할지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였습니다. 2014-12-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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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최우석 영화 재미있게 보았나보네! 특히 여동생이 있으면 더 와 닿을 것 같아^^ 2014-12-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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