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 17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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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견과 아침 산책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려고 방금 전 예가체프 생두를 볶고, 지금 식히고 있다. 몇 시간 뒤에는 제법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보통 100그램을 저울에 달아서 볶는데, 이번에는 주먹으로 여섯 번 넣었다. 간혹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좋다. 어떻든 볶고 나니 색깔이 진한 갈색으로 예쁘다.

올 2월에 집에 철봉을 설치하고 철봉을 하다가 오른쪽 어깨에 갑자기 큰 통증을 느꼈다. 다른 때처럼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다가 몇 달이 지나도 낫기는커녕 손을 뒤로 들어올리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고, 잘 때 오른쪽으로 돌아눕지도 못했다. 소위 오십견이라는 것인가 보다. 결국 7월에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선도 찍고, 약도 타서 한 번 먹고, 그 때부터 열 번 정도 물리치료를 받았다. 엑스선에서는 이상이 없다 하고, 약은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물리치료는 아픈 만큼 도움이 되기는 했는데, 물리치료사가 주물러 주는 시간은 채 몇 분 되지 않고, 가느다란 침이 달린 문어흡착판 같은 것이 더 오랫동안 어깨에 달라붙어 있었다. 집에서도 아침저녁으로 수건을 이용하여 왼손이 등 뒤로 오른손을 끌어 올리는 스트레칭을 매일 했다.

다행히 지금은 팔을 뒤로 많이 올릴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팔을 위 아래로 흔들거나 어깨를 돌릴 때 아프다. 평소에 스트레칭과 운동을 더 많이 했어야 했었다. 뭐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 7시에 일어나자마자 아침 산책을 나갔다. 보통 스마트폰을 챙겨서 가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대신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나중에 집에 와보니 스마트폰은 원래의 자리에 충전케이블이 꽂힌 채로 얌전히 놓여 있었다. 지난 주말에도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갔었다. 스마트폰카메라가 편하기는 하지만 아직 화질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그런데 오늘은 700그램 정도 되는 미러리스카메라가 적당한 무게감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치 작은 아령을 하나 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이용해서 여러 팔 동작을 했다. 맨손으로 할 때보다 운동이 더 많이 되는 것 같다. 걸음을 빨리 하면서 손을 크게 앞뒤로 흔들고 양 옆으로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멋진 풍경을 마주치면 사진을 찍었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앞으로도 산책을 할 때는 웬만하면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겠다.

냇가에는 코스모스가 길게 피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연한 노란 꽃, 진한 노란 꽃, 분홍 꽃, 작지만 하얀 꽃, 빨간 꽃 등등이 곳곳에서 사람들을 맞이했다. 백로들이 한가로이 물 위를 거닐다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까치 네 마리는 서로 친구인 듯 다정하게 전깃줄 위에 나란히 앉아 경치를 구경하고 있다. 어제 다리 밑에 작은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우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던 다섯 명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있던 자리를 지나친다. 그 옆에 일 년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텐트 하나가 있다. 간혹 수십 개의 술병이 텐트 밖에 놓여 있을 때도 있었다. 누구일까? 왜 이곳에서 텐트 생활을 할까?

나는 걸어가면서 아무데나 멈추어서 스트레칭을 하였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소개하는 동작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팔을 크게 흔들어도, 허리를 굽히고 운동을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는 그렇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산책하는 곳이니까. 아마 다른 길가에서 이렇게 행동한다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볼 것이다. 눈앞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있고, 몇 걸음 거리에는 깨끗한 물이 졸졸 귀를 간지럽히며 흐른다. 허리를 뒤로 젖혀 고개를 들면 깃털 같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다. 집에서 스트레칭 할 때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이제부터는 평일에도 집에서 스트레칭 할 것이 아니라 몇 분 걸어서라도 이곳으로 나와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작은 강아지가 옷을 입고 주인 손에 이끌려서 산책을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분들은 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거나 아예 전용 복장을 하고 마스크까지 한 자전거동호회 스타일이다. 아주머니들은 대개 모자를 쓰고, 형광색 옷을 입었다. 그 와중에 선글라스를 쓰고, 민소매에 반바지 차임의 아저씨도 지나간다. 함께 가볍게 조깅을 하는 젊고 건강한 부부들이 부럽다. 나도 달려본다. 달려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바람이 쌩쌩 거리는 것이 들린다. 걸을 때는 없던 소리였다. 손도 더 빠르게 움직인다. 땅에 착륙하고 땅에서 이륙할 때마다 다리 관절에 가벼운 눌림을 경험한다. 심장은 그 작은 비행에도 쿵쾅거린다.

집에 돌아오니 8시다. 한 시간 정도 밖에 있었던 것이다. 어깨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마음도 정신도 머리도 그런 것 같다. 자고 있는 시훈이를 깨워서 달걀프라이와 시리얼과 우유, 사과로 아침을 먹었다. 시훈이는 설거지를 했고, 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했다.

내 뒤에서 갓 볶은 커피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글을 마치면 카푸치노를 한잔 만들어야겠다. 이런 아침에는 에스프레소보다는 카푸치노가 제격이다.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꿈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카푸치노와 함께 아름다운 꿈에 빠져볼 것이다.
박형종   2014-09-21 (일)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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