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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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잘 하기

저녁 산책을 나가려는데 드디어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우산을 갖고 나섰다.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가 구수했다. 그동안 너무 가물었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을 모두 반납했다. 장기 연체된 책들도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홀가분했다. 교실의 물건들도 정리하면서 방학을 맞을 준비를 했다. 집에서는 내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평소에 틈틈이 치우기 때문에 몇 분 만에 끝났다. 그리고 바다소에서 메뉴와 몇 가지 기능도 정비했다.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그만큼의 에너지도 내지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오늘 마음의 여유가 있는 김에 바로 끝냈다.

산책을 나가기 전에 아들 방에 갔더니 스마트폰을 하다가 얼른 화면을 끈다. 이런 장면이 이젠 익숙하다. 친구랑 카카오톡을 했다고 하는데 이유야 어떻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를 못하니 걱정이다.

아들 방의 책상 위에는 빈 과자 봉지 두 개를 비롯하여 온갖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정작 책을 올려 놓을만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이나 만지고 있는 것이다. 방바닥도 정신없긴 마찬가지다. 정리하라고 하면 마지못해 하지만 며칠 지나면 곧 다시 어지럽혀진다. 딸의 방도 똑같다.

"정리를 잘 한다는 것은 머리가 좋다는 뜻이다. 책상 위의 상태는 바로 너의 머리 상태를 보여준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책상 위나 좀 정리하라 하고 산책을 나갔다.


내가 산책을 하는 이유가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인 때가 더 많다. 오늘도 그랬다. 아내는 비가 오는데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는 나를 보고 이상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지만 하루라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면 머리가 헝클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산책을 하면서 문뜩 아내와 함께 거실 베란다에서 더치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밤에 베란다에서 아내와 커피를 마신 지는 10년도 넘은 것 같다. 아내와 밤 11시까지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 방학 때의 일정에 대해 정리를 하였다.

그러고 보면 우리 주변에는 정리할 것투성이다. 심지어 정리하는 기술에 관한 책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정리를 잘하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일단 잘 버려야 한다.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잘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까워서,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서, 기념이 될 것 같아서 쌓아두고 어딘가에 처박아 두면 집이나 방이 아니라 창고나 쓰레기통이 된다. 유효기간이 지나서 먹지도 못할 것이 냉장고에서 썩은 내를 진동시키고 유행이 지났거나 작아져서 입을 수 없는 옷들이 옷장을 가득 채우게 된다. 그리고는 항상 공간이 좁다고 말한다. 돈을 주고라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나는 내가 쓴 책들, 초등학생 때 용돈을 아껴서 산 추억의 책들, 대학생 때 굶주려가며 산 전공책들 60여 박스를 버렸다. 돈을 주고 산 테이블들도 돈을 주고 버렸다. 지난 2년간 한 번도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면 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정리해야 한다. "다음에 치우지"하는 생각으로 책상 위에 하나 둘 올려놓다보면 점점 더 치우기 싫어지고, 치우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루에 3분이면 치울 것을 일주일 쌓아놓으면 그것을 한 번에 정리하는 데는 30분이 걸린다. 그리고 그렇게 정리한 것만으로도 무언가 큰일을 한 것 같기 때문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기분으로 몇 시간씩 어영부영 보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 날은 치우고 논 것 밖에는 한 것이 없다. 더구나 쉬는 기분으로 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등이 나쁜 습관을 형성하게 한다. 한편 잡동사니가 책상 위에 쌓이는 동안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긍정적인 활동은 방해를 받는다. 그리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눈에 자꾸 어지러운 환경이 들어오게 되고, 정신도 산만하게 된다. 따라서 바로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책장, 선반, 종이를 넣는 클리어파일, 공간박스, 소품을 보관하기 위한 칸이 많은 수납상자 등등 도구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 놓으면 나중에 찾기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정리하는 것을 귀찮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창의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리를 잘해놓은 것이 그 다음의 창조적인 활동을 돕는다. 그 결과 자기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공간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 말했는데, 다음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살펴볼 작정이다.

물론 나에게도 아직 정리할 게 많이 남아 있다.

자 그럼 이제 정리해볼까?
박형종   2014-07-22 (화) 23:5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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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원   정리
말만 들어도 싫어 했는데...
그래도 저번에 치웠어요!!!!!!!!!!!!

2014-07-23 12:32  답글
박형종

박시원님의 답글에 대한 답글

*작은 이야기의 답글은 편집자가 인증할 때까지 발행대기상태로 웹에 보이지 않습니다.
박형종   잘했어요! 그런데 요즘 거실의 좌식 테이블과 시원이 방이 조금 어지러운 것 같네요.. 오늘 시간 있으면 조금 정리해보세요^^
2014-07-23 14:25  답글
박시원   네.
지금은 책상서랍을 정리했어요.

2014-11-25 17:44  답글
박형종
박시훈   잠깐, 분명 전 톡을 하고있었고, 그렇게 말하시면 서운하죠ㅠ 그래서 결국 청소로 말끔히 책상과 바닥을 치웠죠. 그리고 책장뒤의 먼지도 치웠다고요!
2014-07-23 14:00  답글
박형종
박시원   잘했네.ㅋㅋ
2014-11-25 17:45  답글
박형종
박형종   오케이! 어제 정리 잘했어!! 그런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조금 긴 것 같아.. 방 정리는 스스로 매일 하자. 깨끗할 때가 지저분할 때보다 많다면 누구보다 그 주인이 가장 좋겠지^^
2014-07-23 14:27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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