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야기 오늘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낮에 집에 왔다. 아내가 마늘을 듬뿍 넣은 스파게티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낮잠을 자고 나니 시원이가 학교에서 와 있었다. 아내가 시원이와 나에게 바나나쉐이크를 만들어줬다.
저녁은 금산에서 보내준 토종닭을 삶아 먹었다. 시훈이가 기타를 배우러 간 사이에 시원이는 구태여 나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겠다고 옆에 앉히고 건반을 단조롭게 누르도록 했다. 그리고 내가 선생님의 실력을 보여주라며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를 쳐보라고 했더니 더듬거리며 한 손으로 쳤다. 제법 비슷한 소리가 났다. 그러다 갑자기 술래잡기를 했고, 안방과 작은방, 시훈이방, 베란다, 부엌을 뛰어다니며 나는 불을 끄고 귀신 소리를 내고, 시원이는 불을 키고 나를 잡으러 다녔다.
저녁 8시쯤 동네 마트로 작은형 생일 선물을 사러 갔다. 어느덧 둥그런 달이 머리 위에 떠 있었다. 시훈이를 기다리며 아파트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시소를 타며 놀았다. 한가위에는 차를 타고 대형 마트에 가는 것보다 동네 마트에 아이 손잡고 걸어가는 것이 더욱 어울리는 것 같다. 원래는 곶감을 사려고 했으나 마땅한 게 없어서 홍삼 진액을 샀다. 아이들은 내일 인천 갈 때 자기들이 먹을 과자와 음료수를 한 보따리 샀다.
선물과 과자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시원이는 내 손을 잡고 걷다가 큰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옅은 구름 사이로 별도 하나 찾았다. 그러다가 보도블록 밑으로 넘어질 뻔 했다. 그리고는 불현듯 내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잠시 당황해하다가 시원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짧은 이야기를 지어서 해준 적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짧은 이야기도 해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내키는 대로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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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원시라는 어린 여자애가 살았어.
원시는 시원이의 이름을 뒤집은 거야.
너 원시인이 누군지 알지요? 아주 예전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원시는 가족과 함께 동굴에 살았어. 아빠, 엄마, 오빠가 있었지. (그럼 오빠는 훈시고, 엄마는 경미고, 아빠는 종형이겠네?) 맞아요!
그런데 어느 날 밤에 너무 별이 보고 싶었던 거야.
(내 이야기는 점점 얼마 전에 본 영화 크루즈패밀리를 닮아가고 있다.)
동굴 입구는 커다란 바위가 막고 있었는데,
작은 틈이 있어서 몸집이 작았던 원시는 그 틈으로 밖으로 나갈 수 있었어.
오빠는 돌멩이들을 갖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느라 일찍 잠이 들었지.
오빠는 돌멩이로 구슬치기, 공기놀이, 벽에 던지기 게임을 좋아했어.
밖에 나와 계곡을 올려다보니 큰 달과 별들이 아름답게 빛났지.
더 많은 별을 보기 위해 계곡 위로 올라갔어.
머리 위에 한 가득 별들이 반짝였어.
그런데 계곡 저 편에서 굶주린 짐승 소리가 들렸지.
그 짐승의 그림자가 계곡에 드리워졌는데, 큰 몸집과 사나운 이빨을 갖고 있었어.
"우웅~~ 우웅 ~~"
원시는 너무 무서워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지.
겨우 힘을 내서 살금살금 계곡을 내려오는데
발을 잘못 밟아 작은 돌덩어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졌어.
그 소리를 듣고 그 짐승이 전속력으로 달려왔어.
시원이는 깜짝 놀라 계곡 반대편으로 앞만 보고 달렸어.
한참을 달렸더니 더 이상 그 짐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정신없이 오래 달렸기 때문에 그곳이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동굴로 갈 수 있는지 길을 잃어 버렸어.
깜깜한 밤이라 더욱 무서웠지.
어떡해야 하지?
어떡하면 동굴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달을 따라서 가요!)
아빠, 엄마를 크게 불러봤자 동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 들리지도 않을 테고
오히려 굶주린 짐승들만 불러오게 될 거야. (맞아요!)
원시는 바위 위에 앉았어요.
밤이 깊어지자 잠이 왔어요. 매우 피곤했거든요.
밤 날씨는 쌀쌀했어.
원시는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잠을 자기로 했어요.
가을이라 나무 밑에는 낙엽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원시는 낙엽으로 침대를 깔고, 이불을 덮어 자기로 했어요.
그런데 나무 위에 뭐가 있었는지 아세요? (모르겠어요!)
부엉이였어요. 크고 동그란 눈을 부릅뜨고 누가 내 나무 밑에 왔지 하며 목을 계속 움직였어요.
원시는 너무 졸려서 눈이 반쯤 감겼어요.
그때 나무 위에서 가로등 굵기 만한 큰 뱀이 스르르 내려오고 있었어요.
뱀 좋아해요? (아니요!)
큰 뱀은 혀를 낼름거리며 나무 밑에까지 거의 다 내려왔어요.
원시는 그 뱀이 내려오는지도 모르고 막 잠에 빠져들려고 했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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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1부는 여기까지! 집에 다 왔어요. 2부는 다음 기회에..
아빠 너무 재밌어요! 집에서 2부 계속 이야기해줘요.
어느덧 아파트 현관에 다다랐다. 엉터리 같은 이야기인데도 재미있다고 좋아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다음번 산책할 때 2부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그래야 그나마 산책을 하러가자면 신나게 따라 나올 것이다.
아름다운 밤이다. 이번 한가위에도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