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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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책


원주천 산책을 하고 왔는데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고 있다. 열대야라고 문 열고 잔 것이 보름 전인데 이제는 가을 옷을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찬바람이 들어와서 서재의 베란다 문도 닫았다.

금요일부터 우리 아파트 수도관에서 흙탕물이 나왔는데, 오늘 일요일까지 사람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살았다. 그래도 그렇게 불편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과 물통을 들고 가서 소방차와 급수차가 공급해 주는 물을 받아오고, 맨홀 뚜껑 밑에서 수도관을 열어서 청소하는 광경을 구경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해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따라가서 어마어마한 물탱크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파트의 물탱크 용량은 650톤이었는데 원통 모양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직육면체인 것이 신기했다.

원주시와 수자원공사는 급수차에서 먹는 물을 공급하는 것과 별도로 생수 세 박스를 나눠줬다. 아무튼 며칠 동안 흙탕물만 보다가 오늘 저녁에 맑은 물로 샤워를 하니 개운하다. 맑은 물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덕분에 금요일부터 외식을 여러 차례 했다. 토요일에는 시훈이를 영재원에 바래다주면서 원주에 있는 세 군데 마트를 다 들렀다. 홈플러스에서는 아내가 미리 봐두었던 18kg 덤벨 세트를 할인 코너에서 4만 원에 샀다. 내가 집에서 근력 운동을 한다고 일주일 전부터 설쳐댔더니 아내도 그런 용품에 관심을 가졌나보다. 아파트 입주민센터에서 탁구를 하려고 탁구채도 두 개 더 샀다. 이제 탁구채가 네 개가 되었다.

이마트에서는 예전부터 갖고 싶었으나 가격 때문에 장만하지 못했던 캠핑용 화로를 9만9천 원에 샀다. 몇 년 전에 간이형 화로를 샀었는데 바비큐를 하거나 장작을 올려놓고 캠프파이어를 하기에는 많이 작았다. 이 제품은 코베아나 K2의 화로와 비슷한데 삼분의 일 값도 안 된다.

롯데마트에서는 치악산 한우 등심을 샀다. 당일 잡은 1등급 한우가 8월 31일 딱 하루만 100그램에 4900원이란다. 방금전 이마트에서 6800원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집에서 내가 프랑스식으로 요리를 해서 스파게티와 함께 먹었다. 나와 시훈이는 겉만 익힌 정도를, 시원이와 아내는 잘 익힌 것을 좋아한다. 스테이크는 버터를 조금 잘라 놓은 후라이팬에 굽고, 스파게티는 면을 삶은 다음 꺼내서 물기를 빼고 스테이크를 구운 후라이팬에서 살짝 볶으면 된다. 맛도 좋았지만 토요일 저녁 재미있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으니 더욱 즐거운 식사였다. 나중에는 스테이크 요리용 후라이팬을 하나 장만하고 싶다.

욱신거리는 허리 때문인지 근력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일주일 동안 필요한 장비를 열심히 살펴보았다. "남자 몸 만들기 4주 혁명"이란 책을 사 놓은 지도 4년쯤 된 것 같은데, 이제야 책을 넘겨보며 어떻게 하는지 관심을 가져본다. 벤치프레스가 필요한 것 같은데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라서 결정이 힘들었다. 결국 품질이 좋은 평벤치를 마음에 드는 가격에 샀고, 40kg 역기봉 세트도 주문했다. 20만 원쯤 투자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일 것이다. 빨리 벤치와 역기봉 세트가 왔으면 좋겠다.

오늘 점심은 짜파게티와 고구마로 간단히 먹고 낮잠을 자고 아이들 손목시계의 배터리를 교체하러 시훈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시계점을 찾아 돌아 다녔다. 점심 먹은 것도 소화시킬 겸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상쾌한 바람 덕분에 더욱 여유로웠다. 일요일이라고 시내의 시계점은 문을 닫았는데, 다행히 홈플러스에서 배터리를 새로 끼울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며 나는 시훈이에게 학교 법인의 특징과 주식회사와 이사회, 채권, 주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상식과 경험이 좀 있는 편이다.

저녁은 평소보다 30분쯤 늦게 먹고, 저녁 먹자마자 물이 끊길까봐 얼른 샤워를 했다. 보통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하는데 오늘은 샤워를 하고 나서 산책을 나갔다. 요즘은 원주천 산책 코스를 절반 정도로 줄여서 왕복 30분 정도에 끝낸다.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 덜 피곤해서 좋은 것 같다.

산책 나가려는데 시훈이가 붙잡는다. 고연전 일정에 대해 알아본 모양이다. 지난봄에 고대 캠퍼스를 구경하고 얼마 전에 입학설명회 다녀올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더니만, 어제 무한도전 팀이 대학 응원단에 합류하여 응원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는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오늘 대학 기념품 손목시계를 차더니만 열심히 공부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지난 금요일 밤 시훈이는 나에게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시훈이에게 잔소리를 하며 바다소에 기록해 놓은 메모들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237개나 되었다. 그것을 다 프린트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포스트잇에 단 세 가지만 써서 적어 주었다. 시훈이는 그것을 책으로 내보라고 했는데, 나는 시훈이가 성공하면 그때 책으로 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런데 무엇이 성공인지는 참 어려운 문제다.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처럼 잘 먹고 잘 사는 것인지, 대학을 잘 가는 것인지, 좋은 일자리를 잡는 것인지. 사실 어느 것 하나 쉽고 만만한 것이 없다.

며칠전 나는 시훈이와 함께 유연하고 멋진 일과표를 설계했었다. 많은 학생들이 일과표 없이 생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과표는 마치 건물의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설계도 없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좋은 일과표 없이 멋진 인생을 만들 수 없다. 특히 학창 시절에 일과표는 더욱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다. 시훈이는 지금 그 포스트잇과 일과표를 책상머리에 붙여 놓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부는 길고 힘든 과정이다. 동행할 친구나 선배, 부모, 선생님이 있다면 그 과정이 덜 힘들 것이다. 마치 마라톤에서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머나먼 길을 혼자 가려고 하지 마라. 함께 갈 사람을 찾고, 힘들면 천천히 가면 된다. 목표가 있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상쾌한 바람이 그렇게 속삭이며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박형종 2013-09-01 (일) 23:50 글 732   답글 프린트 1   ▷3723 폴더 일상[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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