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
오늘은 어제 서울 나들이의 여독을 풀겸 오후 세 시까지는 집에서 한가하게 지냈다. 시원이는 숙제를 하고 종이로 인형을 접기를 했고, 시훈이는 숙제와 독서를 하며 지냈다. 시훈이는 거실의 재즈홈씨어터로 스마트폰을 연결하였고, 나는 볼륨을 +7까지 올려서 음악을 틀었다(보통 텔레비전을 볼 때는 볼륨을 -25정도로 한다). 역시 짱짱하다. 베이스가 풍부하고 표현력도 좋다. 다만 그런 볼륨으로 오래 듣다가는 동네 사람들이 달려올 것이다. 한 곡도 다 듣지 못하고 테스트만 하고 볼륨을 줄였다. 이럴 때마다 단독주택이 그립다.
시원이는 숙제로 떡볶이를 만들고 일기를 썼다. 부엌에 책을 펴 놓고 읽고 있어 뭔가 봤더니 교과서에 떡볶이를 만드는 것이 실려 있었다. 요즘 교과서에는 별게 다 있다. 사실상 아내가 만들었는데, 어떻든 점심을 얻어먹는 입장에서야 프로가 만든 요리라 다행스럽다.
긴 연휴에 한 끼 정도는 고기를 먹어줘야 할 것 같아 횡성으로 드라이브를 가서 그곳에서 한우를 먹기로 했다. 먼저 들른 곳은 횡성 레이크빌이라는 전원주택 단지다. 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원주에서 40분 정도 걸려 도착했는데, 마침 사장님이 계셔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이름에 걸맞게 앞으로 펼쳐진 호수와 산 풍경에 눈이 시원했다. 단지형 전원주택이 꿈이기는 한데 원주에서 더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다.
집을 나설 때부터 저녁은 횡성순한우라는 곳에서 먹기로 정했었다. 회식을 그곳에서 두 번했었기 때문에 맛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정육식당이라고 하기에는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 아무튼 우리는 사장님이 남길지 알았는데 다 드셨다고 말할 정도로 하등심, 갈비살, 살치살을 구워먹고 육회를 먹고, 냉면, 된장국과 밥을 시켜 배불리 먹었다.
아이들은 집으로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런링맨을 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의 텔레비전으로 이어서 보았다. 나도 매실차를 마시며 함께 보았다. 약간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텔레비전을 보며 마음껏 웃는 것도 정신건강에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낮에 하던 서재의 책장 정리를 마자 했다. 이번 정리의 핵심은 서재에 새로 들여놓은 테이블 앞의 책장에 꽂힌 책을 작업 환경에 맞게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곳에 있던 아이들 책을 다른 책장으로 옮겨서 공간을 마련하고, 잡다한 것들을 버리거나 아파트 분리수거함에서 집어온 종이 박스에 넣어 발밑의 칸에 놓거나 다른 적절한 곳에 보관했다. 열 두 칸을 정리하는데 거의 세 시간이 걸렸다. 그 중 다섯 칸에는 책 표지가 보이도록 헐렁하게 배치했고, 한 칸에는 카메라와 캠코더를 디스플레이 했고, 바로 앞 칸에는 흰 도자기 필통과 시훈이가 어버이날 써준 편지가 담긴 봉투를 놓았다. 이렇게 여백의 미를 활용하니 훨씬 품격 있는 서재가 되었다. 책을 읽거나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것도 더 잘 되리라 기대한다.
의자에 앉은 자리에서 손이 닿는 곳에는 웹프로그래밍책, 그래픽책, 수학책, 물리책, 다양한 종류의 공책이 있다. 서재에 아직 정리해야 할 67개의 칸이 있지만 당분간 손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오늘은 책을 조금만 읽다가 바로 잠이 들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