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일주일 동안 쌓였던 피곤과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언제부터 사람들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요일에 맞춰 생활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일은 인간이 만든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이다. 요일 덕분에 우리는 같은 날을 다른 기분으로 산다.
퇴근하는데 시훈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피자를 시켜 먹자는 것이었다. 중학교 들어와서 처음 치른 3일 동안의 중간고사가 막 끝났고, 시원이는 체육대회를 하고 피아노 학원에서 어린이날 파티를 했단다. 이런 날은 아내도 기분전환을 위해 평소와는 다른 저녁을 생각한다.
피자를 먹고, 거실을 영화관으로 바꿨다. 거실 베란다 창문 쪽 120인치 스크린을 내리고, 프로젝터를 서재에서 거실로 가져와서 낮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sk브로드밴드의 vod를 검색하니 아이언맨2를 900원이면 볼 수 있었다. 나와 시훈이가 서재에 있던 코쿤소파와 세 개의 좌식의자를 옮겨 놓는 동안 아내와 시원이는 매실 주스와 오징어포를 준비했다.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가 아쉽기는 하지만, 금요일 저녁 집에서 마음껏 먹을 것을 즐기며 안락하게 다리를 뻗고 영화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스크린 9만원, 프로젝터 50만원이면 거실에 근사한 영화관을 만들 수 있다. 영화를 실감나게 보려면 스피커가 중요한데 7년 전에 벽걸이 텔레비전을 살 때 중고로 20만원 주고 구입한 5.1채널 재즈홈씨어터가 나름 만족스럽다. 서재와 안방에도 각각 80인치의 스크린을 달았는데, 이때는 2채널 또는 2.1채널 스피커를 쓴다.
예전에 보았던 아이언맨1의 기억은 거의 없지만, 아이언맨2를 보니 아이언맨3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주 화요일 저녁에는 어벤져스를 볼 생각이다. 아이언맨2의 끝부분에 어벤져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언맨2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발명가인 아버지가 자신이 만든 발명품 중에 가장 창조적인 발명품은 자신의 아들이라고 한 대목이다. 할리우드 영화에는 유독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끈을 강조한 영화가 많다. 스타워즈의 "I'm your father"가 특히 유명하다. 아마도 영화나 시나리오를 만든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아빠)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남아 있던 에너지를 쥐어짜서 글을 쓰고 있자니 눈이 감긴다. 내일은 총 다섯 가족이 어린이날 기념 1박2일 캠핑을 가기로 했다. 캠핑은 작년 여름 제주도 이후로 거의 10개월만이다. 소풍가는 아이처럼 내 마음도 들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