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하루와 오늘 불현듯 언젠가 훗날 학교 선생님으로 더 이상 근무하지 않게 될 때, 하루를 어떻게 지내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밤 12시에 잘 때까지의 하루 일과를 짜 보았다. 신기한 것은 막힘없이 술술 계획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 같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확신하지 못했던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대해 여섯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그냥 재미로 한 번 생각해본 것인데 의외로 소득이 컸다.
그저께 초등학교 3학년 시원이는 4천원을 가지고 나가서 방방이를 천 원 주고 타고, 집 앞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3천 원 어치 사먹었다고 한다. 돈 쓰는 맛을 알게 된 모양이다. 그날 저녁 돼지저금통에 가위를 넣고 돈을 꺼내려다가 엄마에게 들켜서 혼나기도 했다. 그리고 오빠처럼 바다소에 글을 쓰면 돈을 달라고 했다. 나는 원고료로 3백 원을 주겠다고 했다. 어떻든 글은 자꾸 쓰다보면 생각이 늘고, 실력도 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망각에 빠지기 쉬운 이야기를 영원히 보존하는 장점이 있다. 아무튼 그날 나는 시무룩해 하는 시원이랑 인생게임을 하고 놀아주며 기분을 달래주었다.
중학교 1학년 시훈이는 방송반에 지원했는데 카메라 담당으로 뽑혔다고 한다. 평소 어디가면 미러리스 카메라를 갖고 다니고, 지난번에 키자니아에서 MBC 카메라맨 역할을 체험했었는데 적성에 맞는 모양이다. 반 회장, 체육부장, 농구 동아리, 방송반 활동에다가 방과후에서 수학, 학원에서 영어와 기타를 배우느라 하루가 바쁘다. 토요일에는 격주로 영재원에서 융합과학을 배운다. 친구들과 어울려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도 밤 11시쯤에는 자도록 닦달하고 있다.
준비 없이 오는 미래는 사막과 같을 뿐이다. 오늘 씨앗을 뿌리고 가꿔야 내일 열매를 딸 수 있다. 내일을 명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오늘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