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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마음의 치유

요즘 힐링이란 말이 유행이다. 힐링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마음을 치유한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힐링이란 말이 유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힘들다는 뜻이리라. 왜 마음이 힘들까?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와 미움, 원망과 시기심, 실패에 따른 절망이나 좌절, 후회, 손실에 따른 우울과 자책, 성공에 대한 집착과 강박,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두려움 등등.

어제와 오늘 내가 겪은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의외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정 때문에 쉽게 평정심을 잃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미처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감정에 빠져 있었던 적이 많았을 것이다.

마음을 치유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마음을 힘들지 않게 해야 한다. 아프지 않다면 치유할 거리도 없을 것이다. 평소 마치 팽팽히 당겨진 활같이 경직된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 놓아야 한다.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 세상에 단 하나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길로 가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은 아니며, 열심히 살다보면 다른 길이 또 나타나게 된다.

자기에 대한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화를 내거나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그런 비난이 때로는 감정적이거나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주게 된다.

얼마나 많은 영웅호걸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줌의 먼지가 되었는지를 생각하자.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별과 그들이 생겨났다 없어지는 그 영겁의 시간을 떠올리면,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티끌 같은 존재에 대해 겸허함과 연민의 정이 생길 것이다.

마치 시골에만 계속 살다가 서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경 가는 꼬마 아이처럼 신기한 눈으로 두리번 거리면 세상은 놀랍고 흥미로운 것들로 넘쳐나 보일 것이다. 인생의 매 순간도 그렇게 한번만이 가능할 뿐이다. 어느 순간이건 고맙거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구경 다니듯 살기에도 시간은 짧다.

오늘밤 서재 베란다에서 내일 마실 커피를 볶았다. 베란다 밖의 큰 소나무 위에 하얀 눈이 두툼하게 내려앉았다. 작은 오크통에 담긴 갓 볶은 커피 원두에서 그 색깔만큼이나 진한 향이 솔솔 배어나오고 있다. 오크통을 흔들어 냄새를 맡으며 내일 아침 까맣고 뜨거운 커피를 하얗게 추운 눈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상상을 한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번거로운 의식을 치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작은 커피콩이 멀리 콜롬비아에서 왔듯이, 내 눈앞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 그보다 먼 우주에서 왔다. 내 작은 행복을 위해 우주 각지에서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이 순간이 더욱 아름답고 신성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박형종   2012-12-07 (금)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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