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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이 수학 공부

눈이 많이 와서 퇴근하는 길이 힘들었다. 시원이는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데도 고글을 쓰고 아파트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친구랑 놀고 있었다. 저녁 먹고, 시원이랑 말 이어받기 게임을 한판 했을 뿐인데도 피곤이 몰려왔다. "과일가게 가서 망고도 사고, 토마토도 사고, ..." 시원이는 자기가 이기니까 신나서 몇 판 더 하자고 졸랐다.

아내와 카푸치노를 한잔 마시고, 거실에서 쉬면서 신문이나 볼까 하는데 좌탁에 앉아 시원이와 아내가 신경전을 벌인다. 아내는 시원이가 오늘 학교에서 틀린 수학 문제와 비슷한 문제들을 내서 풀라고 했는데, 시원이는 기분이 상했는지 별로 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한참 실랑이 하는 와중에도 나는 신문을 꿋꿋이 보았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수학 공부까지도 내가 봐줘야 하나? 하는 불편한 마음이었다. 그 정도는 아내가 잘 가르쳐주면 좋을 텐데.

시원이가 오빠 방에 들어가 있고 아내가 안방에 들어간 틈에 그 수학 시험지를 보니 제법 흥미가 돋았다. 시원이를 불러내어 내가 봐도 어렵다고 하면서 시원이가 틀렸던 문제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시원이는 단순히 실수했던 문제는 제대로 풀었지만, 어떤 문제는 힘들어 했다. 사실 그 부분은 만만하지 않은 개념을 품고 있었다. 단순한 문제와 힘든 개념이 섞여 있어서 혼자서 그 시험지를 소화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점이 내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나는 시원이가 나랑 재미있게 수학을 공부하게 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먼저 시원이가 답을 맞출 때마다 엄청난 칭찬을 하면서 시원이가 간단한 세 자릿수 더하기와 빼기 계산에서 자신감을 갖도록 했다. 그 다음에는 2학년에게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음수와 수직선의 개념, 더하기와 빼기를 수직선에서의 이동으로 설명하여 주었다. 수직선을 그리고 그 위에 수를 써가면서 네모 상자 안에 들어갈 숫자를 찾도록 했는데 세 문제쯤 풀었을 때는 대수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했다. 나는 시원이가 천재라고 칭찬해주었다. 무엇보다 시원이는 이렇게 수학 공부하는 것을 재밌어 했고 계속 문제를 내달라고 했다. 한 시간이나 아빠랑 수학을 함께 공부했고 학교에서 틀린 문제를 다 풀었다. 알고 보니 자기가 틀린 문제를 풀어오는 것이 숙제였던 모양이었는데, 그렇게 쉽게 숙제를 끝내고 나니 본인도 홀가분한 기분인 것 같았다.

힘든 길을 빨리 가는 방법은 친한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힘든 공부를 쉽고 즐겁게 하는 방법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다. 잡념 없이 아이의 수학 문제를 함께 고민한 시간은 나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박형종   2012-12-05 (수) 22:3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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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원   아빠 저도 즐거웠어요.

2012-12-21 21:28  답글
박형종   그래요 앞으로도 재밌게 공부해요!
2013-01-11 09:41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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