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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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이의 엄마 생일 선물

아이들이 개학을 했다. 시원이는 어제 오크밸리에서 자고 오고 싶다고 울고불고 했지만, 학교를 가야 해서 밤에 데리고 집에 왔다. 막상 집에 와서는 씩씩하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장인어른, 장모님은 오크밸리에서 하루 주무시고 오전에 집에 오셨다가 중국음식점에서 점심을 드시고 다시 금산으로 가셨다. 딸과 손녀의 생일을 겸해서 원주에 3박 4일 오신 것이었다. 올해 아내의 음력 생일과 시원이의 양력 생일은 하루 차이다.

시원이는 학교를 마치고 피아노 학원으로 갔다가 학원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2차 아파트 앞에서 내렸다. 어제 엄마 생일 선물로 꽃다발을 산다고 하길래 그것보다는 화초가 좋을 것이라고 말해주었었다. 화원에 들러 주인아주머니가 골라 주는 화초를 이리저리 따져보다가 대부분 꽃이 한 송이만 피어있었는데, 자기는 하얀 꽃이 많이 피어 있는 것이 좋아 보여서 그것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는 집에 걸어오면서 문구점에 들러 엄마에게는 행운을 위해 야광 네잎클로버 모양의 휴대폰 걸이를 하나 더 사주었고, 나에게는 손바닥만하지만 분량이 제법 되는 수첩을, 오빠에게는 색연필이 원통에 잔뜩 들어 있는 것을 선물해주었다. 어제 엄마 선물 사는 김에 아빠에게도 1+1로 선물을 해달라고 했던 것이 효과를 봤다. 색연필을 담은 원통 아랫부분에는 연필 깎기가 달려 있고, 다 쓴 원통은 저금통으로 쓸 수 있다. 선물을 사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살펴본 모양이다. 오빠에게 자기가 색연필을 많이 빌려 써서 색연필을 샀다고 한다. 이틀 전 할아버지가 자기의 생일 용돈으로 준 돈으로 선물들을 산 것이다. 오빠에게는 레고를 사주려고 했는데 3만 5천원이나 해서 못 샀다고 했다.

시원이는 내가 낮잠 자는 동안 노트북으로 스폰지 밥 DVD를 보고, 방학 숙제로 엄마랑 가족독서신문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생일을 축하하며 피아노를 5+1곡을 쳐주었다. 시훈이는 하트 모양의 편지지를 만들어 엄마에게 생일축하 편지를 썼다.

저녁을 미역국으로 먹고, 설거지는 내가 했다. 처제네가 아이스크림 생일케이크를 사와서 시원이가 피아노로 생일축하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노래도 부르고 촛불도 껐다. 내일 시원이 생일 때 피자집에서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시원이는 처제네 동생들을 얼음, 사탕, 과자를 주고 잘 챙기며 놀았다.

시원이는 오빠 방에서 자겠다고 버티다가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니 혼자 자기가 무섭다고 그랬다. 이번 여름에 아내는 덥다고 거실에서 자곤 했는데, 아침에 보면 시원이도 그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밤에 시원이를 재우기 위해 아내가 시원이 침대 옆에 누워 있기도 했는데, 오늘은 내가 시원이랑 머리 방향이 반대로 누웠다. 선풍기를 끄고, 얼굴 쪽 커튼을 쳐서 빛을 막아주자 시원이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나는 바로 나오지 않고 그 옆에서 잠시 누워 있었다. 시간들이 항상 이런 순간에 멈춰 있다면 좋겠다. 알퐁스 도데의 별이 떠올랐다. 별 대신에 베란다 창문을 통해 풀벌레소리와 냇물소리가 쏟아져 들어 왔다. 8월의 밤도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형종   2012-08-20 (월)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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