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012] 토이파크와 산방산온천
제주에 새로 생긴 박물관 중에 토이파크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잘못 들렀다가는 장난감 사달라고 하는 성화에 시달릴까봐 생략하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래도 대체 어느 정도로 장난감이 많은가 궁금하기도 하고 무더운 오전 한 때를 때우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았다.
토이파크에 도착하니 아침 10시였다. 아내는 입구에서 영어학습 테이프를 20여개를 공짜로 받아 기분이 좋았다. 그것만 해도 입장료 두 배 이상 된다. 거기다 입장료의 50%는 포인트로 주는데 이것으로 장난감을 살 수 있다.
시훈이가 좋아하는 레고, 자동차, 프라모델, 시원이가 좋아하는 인형, 볼풀장, 방방이와 미끄럼틀장 등이 고루 아기자기 하게 잘 갖춰 있었다. 이 많은 장난감을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관장님이 수집한 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장난감 갖고 놀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많은 것을 수집하려면 돈도 꽤 있어야 할 것이다.
4 d체험관은 최대 6인이 이용할 수 있다. 한 가족만 오붓하게 탑승해서 화면에서 테마를 고르면 자동차가 움직이며 4d를 체험한다. 요즘 이런 실내 놀이기구를 설치한 곳이 많은 것 같은데 우리 가족은 이번에 처음으로 이용해본다. 아이들은 꽤 좋아했고 나올 때 한 번 더 탔다.
입장할 때 받은 14000포인트로 시훈이는 부가티 미니자동차를 샀고, 시원이는 꼬마 여자애 인형을 샀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두 시간 정도 신기한 나라로 빠져들게 하는 데는 훌륭했다.
건물을 나오니 땡볕이 한창이다. 지난번에 못 먹은 밀면을 먹으러 산방식당에 갔다. 푹푹 찌는 날씨에 10분쯤을 대기해서야 사람들로 꽉 찬 식당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법석을 떨어가며 꼭 먹어야 할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소위 맛집으로 유명하여 들른 곳은 대체로 그랬다. 그냥 오다가다 느낌이 오는 집에서 먹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성산일출봉 가는 길의 해담은집처럼 우연히 맛난 집을 발견했을 때 기쁨은 더욱 크다.
인근의 까페나 들를까하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그냥 산방산온천으로 갔다. 산방산온천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들르고 있다. 다만 올해는 찜질방에서 자지는 않고 사우나와 야외 수영장만 이용하였다. 사우나 로비에서 용정이네를 만나 함께 거의 5시간 동안 탄산온천도 하고, 야외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았다. 가족대항 수구를 해서 8대8로 비겼는데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야외 수영장은 아이들이 놀기에 규모가 적절했다. 올해는 한쪽에 비치파라솔과 썬베드도 설치하였고 새로 생긴 까페에서 음료도 배달해주었다. 마치 해외 풀빌라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옆의 펜션에서 잔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우리는 숙박비를 아끼려 다시 모구리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알뜰한 용정이네랑 함께 다녀서 경비가 많이 절약되었다. 아침과 저녁을 거의 캠핑장에서 해먹고, 웬만하면 캠핑장에서 잤다.
용정이네는 우리보다 하루 늦게 제주에 와서 하루 먼저 떠났다. 용정이네와의 캠핑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모구리 야영장으로 오는 길에 흑돼지불고기를 샀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산방산온천에서 너무 재밌게 놀아서 바로 골아 떨어졌다. 어른들은 간단히 캔맥주를 마시며 짧았지만 긴 추억을 남긴 이번 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따라 별들이 유난히 반짝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