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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아이들이 잠자러 들어가기 직전의 한가한 저녁이다. 지금 시원이는 거실에서 선생님 놀이를 하고 있다. 과자와 귤을 가져가서는 학생들 이름을 부르면서 "너네들 다 와봐" 그러고는 논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봐서는 아마도 그것들을 나눠주는 놀이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들은 학생 이름만 해도 30명은 더 되는 것 같다.
 
아내는 식탁에서 갤럭시탭으로 이런저런 앱을 구경하고 있다. 바다소에 로그인해서 매거진을 읽고는 시원이에 대한 글을 이렇게 저렇게 수정하라고 잔소리다.
 
시훈이는 자기방 베란다에서 모처럼 레고들을 꺼내놓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주 서울대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진찰 받고 오는 길에 청량리 롯데마트에서 레고들을 구경하며 다시 그리워진 모양이다. 나는 어제 사준 영어책을 한권 다 공부하면 레고를 사주기로 했다. 초등학생에게 인센티브 없이 매일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은 조금 가혹하단 생각이다. 거실에서 에스프레소를 아내와 한잔 마셨는데 그렇지 않아도 아내에게 20만원짜리 레고를 사달라고 했단다.
 
오늘 저녁 학교에서 창체관련회의를 하면서 저녁을 먹고 8시쯤 집에 오니 시원이가 신발도 신지 않고 튀어 나와 문을 열었다. 항상 시원이는 신발을 신지 않고 달려 나온다. 반면에 시훈이는 현관에서 상장을 가슴 높이로 들고 서 있었다. 전국청소년 발명과학 창의력대회에서 은상을 타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상장을 받은 모양이다. 그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기뻐서 축하해주었다. 시훈이는 반장도 되고, 상도 타고 잘 나가고 있다.
 
그것을 보더니 시원이는 오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상장을 자랑했다. 그리고는 최대한 고운 목소리로 읽어주기까지 했다.
 
상장
1학년 5반 박시원
 
 새끼 손가락을 걸지 않고 약속을 해도 잘 지키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즐겁게 열심히 끝까지 할 줄 아는 너의 행동에서 든든함을 느끼게 되는구나.
 정성껏 글씨 쓰기, 손 허리 사뿐사뿐 걷기, 바르게 인사하기, 최선을 다해 생활하는 성실함으로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서 추운 겨울 따뜻한 난로와 같이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고마워!
 
2011년 10월 31일
반곡초등학교 담임 ...
 
시원이는 그동안 받은 다른 상장들도 가져와서 읽어주었다. 작년 12월 22일 유치원에서 받은 "동화구연대회 상", 5월 5일 담임 선생님에게서 어린이날 받은 "예쁜 웃음 밝은 얼굴 즐겁게 생활하는 어린이상", 8월 21일 교장선생님에게서 받은 "축 생일" 표창.
 
 
담임 선생님이 상장을 주는 것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학생들에게 상을 주면 어떨까?
 
이하정 "약속상". 지난 금요일 횡성휴게소까지 차를 태워줬을 때 고맙다며 월요일 도너츠를 사오겠다고 했는데, 오늘 8교시에 진짜로 도너츠 한 개가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음.
 
(나는 조금 맛만 봤고, 담임 학생들에게 나눠 먹으라고 줬다.)
 
문소영 "체력향상상". 1학기 때는 담임 교실이 다산관 3층이라고 못 올라오겠다고 매일 불평하더니 2학기 들어서는 사뿐하게 거의 1등으로 교실에 도착하고 있다. 체육 시간에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뛰어다닌 덕분인 것 같음.
 
박선우 "지휘자상". 2011년 민족제 때 탁월한 카리스마로 멋지게 4곡의 음악을 지휘하였음. (포효하는 사진 있음)
 
윤영규 "품절상". 2011년 민족제 때 탁월한 경영 수완을 선보이며 민족까페를 운영하여, 단 2시간 만에 모든 음료를 품절시켰음.
 
(담임은 전날 파스퇴르 공장으로 아이스크림을 가지러 가는데 차를 태워달라는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했고-고생해야 동기 의식이 싹튼다는 이유를 대며, 식품영양부장 영규는 아이스크림 한통을 주면 협조하겠다는 담임의 타협안을 뿌리쳤다. 퇴근 시간에 영규는 부원 몇 명을 데리고 파스퇴르 쪽으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전형미 "예술봉사상". tripleH란 공예동아리에서 한달에 한번씩 장애우들에 대한 미술치료봉사를 하면서 만든 멋진 화분 작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였음.
 
(나는 36개월 및 60개월 할부 기간이라 눈구경만 했지만.. 거기다 퇴근 때 선물로 하나 챙기는 행운까지!!)
 
조효림 "모델봉사상". 17기 입시 때 다산관 정문을 큰 키와 아름다운 미소로 적절히 봉쇄하여 원활하게 행사가 진행되는데 큰 기여를 하였음.
 
박병제 "깜찍이상". 체육관에서 열린 민사고 후원음악회 리허설에서 진작에 보지 못했던 깜찍한 율동으로 담임에게 큰 웃음과 기쁨을 주었음. (동영상 있음)
박형종   2011-10-31 (월) 21:49   [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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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규   쌤 역대 최대 매출은....아닙니다 ㅠ 너무 싸게 팔았어요 ㅋㅋㅋ
2011-10-31 23:10  답글

윤영규님의 답글에 대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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