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집에서 프로젝터로 애니메이션 피터팬을 보았다. 한번은 시훈이, 한번은 시원이 것을 틀어주는데, 오늘은 시원이 것을 볼 차례였다. 아이들과 함께 해리포터 1, 라푼젤, 해리포터 2, 피터팬을 보았고, 다음 번에는 해리포터 3이 예약되어 있다.
피터팬은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새롭다. 화질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4:3사이즈로 120인치 스크린을 꽉 채워 큰 화면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고, 이야기도 재밌었다. 아이들과 아내도 많이 웃었고, 만족스러운 눈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들은 자러 들어갔다. 나는 피터팬이 어떤 작가에 의해 쓰여진 것인지 궁금해졌다. 배경이 영국의 런던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제임스 매튜 배리가 1911년 쓴 "피터와 웬디"가 원작임을 알게 되었다.
해리포터도 그렇고 영국 사람들이 이야기에 강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에 수학여행을 인솔하여 영국에 갔을 때도 그것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싶었다.
다음은 내가 생각해본 이유. 첫째 좋지 않은 날씨. 어디 놀러 나가기보다는 집에 있으면서 책을 읽거나 공상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둘째 위도가 높아 일찍 깜깜해진다. 역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밤에 어두은 불을 밝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셋째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건물. 네모 반듯한 건물과 환타지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어려서 자란 환경은 중요하고, 환경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지은 건물에 의해 결정된다. 인테리어 잡지들을 보면 영국의 집은 개성이 넘치고, 칼라가 예쁘다.
넷째 자연. 나무와 숲과 정원. 그것은 이야기가 숨 쉬는 곳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런던과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내려다본 파리의 차이는 바로 그것이다. 런던에는 나무와 숲과 정원이 많고, 파리에는 그것이 적다.
예나 지금이나 런던 사람들의 삶도 팍팍하고, 파리 사람들이나 서울 사람들의 삶도 그렇다. 먹고 살만해야 좋은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첫째와 둘째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셋째와 넷째는 가능한 일이다. 도시의 설계자들이 후대의 뛰어난 상상가들을 위해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만드는 데 더욱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집이 더 편안하면서도 상상력의 보고가 되게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보아야 겠다.
글을 더 쓰고 싶어도 눈이 충혈되고, 간지럽고, 눈물이 난다. 눈이 완전히 나지 않았는 데도 영화를 본 후유증이다. 못난 글을 이만 쓰라는 계시인가 보다. 오늘밤 네버랜드에서 실컷 날아다닐 아이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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