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종 - 민사고와 호그와트 / 꿈을 이루는 바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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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와 호그와트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다들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기분이 들떠 있는 것 같다. 어제와 오늘 운동장에는 푸른 잔디에서 마음껏 축구를 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오늘은 퇴근하는데 축구하는 학생들 옆에서 친구들과 함께 트랙을 가볍게 걷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수업을 듣는 1학년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니 집의 침대 맡에서 뒹굴거리다가 개학을 손꼽아 기다린 경우도 있었다.

나도 개학하고 나니 좀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방학 때 이런 저린 궁리를 해보긴 했지만 가장 유익했던 일은 불현듯 방학 마지막 날에 서재를 좌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바꿨다고 얼마나 효율이 올라갈 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의외로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새로 들여놓은 캠핑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좌식 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높은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들길 때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운 느낌이다.

최근들어 해리포터 영화를 4편이나 봐서 그런지 민사고를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와 비교해보곤 한다. 몇 가지 닮은 점이 있다. 적어도 외딴 곳의 숲속에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학교 넓이 면에서는 호그와트보다 더 넓다. 기숙사 학교이고, 학생들의 나이가 비슷하며, 선생님들의 특성이 다양하다는 것도 닮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학교를 다니는 기분이 더 오묘하다.

오늘 반장 선거를 했는데, 1학기 때보다 많은 6명이 후보자로 나섰다. 치열한 선거 끝에 반장에 윤영규, 부반장에 이하정이 선출되었다. 박병제, 박선우, 이현수, 전형미도 여러 표를 얻었다. 선거를 하면서도 유쾌했고, 1학기 때보다 더 명랑한 분위기였다. 이 분위기가 한 학기 내내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용지를 자르다가 1학기 반장 김성진으로부터 이번에는 사진을 안 찍냐는 말을 듣고 화들짝 사진을 찍었다. 역시 나한테 사진은 떼어놓기 어려운 존재인 것 같다.

물리1 때 만났던 1학년 학생들을 물리2에서 다시 만나니 즐거웠다. 2학년 담임 학생하고도 왠지 더 가까와진 것 같다. 까페를 정리한 것에 대해 이광염이 매우 아쉬어하긴 했지만. 언젠가 정식으로 북까페 같은 것을 내면 어떨까. 물론 내가 바리스타를 할 실력은 안 될 것 같고, 그냥 놀러온 예전의 학생들과 수다를 떠는 것은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퇴근하려는데 다산관 로비에 5명의 3학년 여학생이 앉아 있다가 그중 이혜원이 "여자가 물리를 하면 뭐가 좋아요?"하고 물어본다. 재미난 질문이군. 나는 걸음을 멈추고 10분 정도 흥겹게 이야기를 했다.

호그와트와 민사고의 또하나 닮은 점은 비록 마법은 주문과 함께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학생의 품성은 매우 느리게 변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은 마법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가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나를 만나는 학생들이 좀더 밝은 품성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리포터를 만든 작가의 상상력을 넘어설 수 있다면 좋겠다.

어떻든 나는 오늘 지난 학기보다 밝고 의욕 충만한 학생들을 만나서 기뻤다.

박형종 2011-08-29 (월) 23:3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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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ㅎㅎ 비유가 참 재밌네요

해리포터는 잘 보셨어요?

2011-09-02 23:58

박형종 최근에 1편,2편,7편 1,2를 보았어. 3편은 아주 예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다 잊어버렸어. 3~6편은 주말에 천천히 한편씩 보려구.
2011-09-0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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