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 25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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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해리포터

민박집에서 스테이크를 해먹고 롯데마트로 향했다. 민박집 바로 앞에 세워둔 차에 짐을 싣는 짧은 동안에도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비로 옷이 흠뻑 젖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해안가로 드라이브를 했겠지만 초속 40미터의 강풍 때문에 안전하게 내륙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중간중간에 나뭇가지들이 부러져서 날아다녔다.
 
롯데마트에는 씨너스씨네마가 있는데 이곳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원래 캠핑 중에 비가 오면 영화를 보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해리포터의 마지막편인 죽음의 성물2편이다. 4시 20분 것을 예약하고 아이들이 자기들 코너에서 만화책을 읽는 동안에 4층의 간이 까페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호텔을 검색해서 바로 전화를 돌렸다. 세상이 참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렇지만 평점이 좋은 호텔들은 방이 하나도 없었다. 몇 개 후보지를 물색해서 나와 아내는 숙소를 알아보러 태풍 속으로 다시 나섰다. 버스터미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뉴월드호텔이란 곳에 묵기로 했다. 태풍 때문인지 예약이 꽉 차서 조식 포함 7만원에 간신히 방을 구할 수 있었다. 
 
방을 구하고 다시 롯데마트에 도착하니 4시. 팝콘을 사서 들어갔다. 시리즈를 1회부터 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마지막 편의 감동을 느낄 수는 있었다. 대단한 무언가가 끝났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많은 것들로 다시 태어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령 해리포터 테마파크 같은 것들도 생기지 않을까? 지난번에 유럽수학여행을 인솔했을 때 영국에서 해리포터의 촬영지들을 마치 순례자들이 성지를 순례하듯 찾아다니는 행렬을 목격할 수 있었다. 동시대에 이런 소설과 영화의 감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감격스런 일이다.
 
밖은 태풍의 위세가 절정이다. 롯데마트에서 아내가 짧은 쇼핑을 하는 동안에 책을 읽었다. 특히 까페베네의 성공 스토리에 관심이 갔다. 까페베네를 몇 군데 이용해보았는데, 넓고 쾌적한 매장, 안락한 의자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1층의 간이 음식코너에서 국수, 우동, 떡볶이, 어묵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6개 사서 호텔로 갔다. 
 
다행히 비는 멈췄지만 바람은 더욱 세졌다. 호텔은 그렇게 깔끔해보이지는 않았지만 주차장이 바로 옆에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태풍 속에 짐을 들고 걸어다니는 것도 큰 일이다. 아이들은 이부자리에 누어서도 한동안 씨름을 하다가 불을 끄자 바로 잠들었다. 나도 바로 잠이 들었다.
 
모기 한마리가 새벽녁에 내 귀 옆에서 윙윙거렸다. 차라리 나를 물어라 하고 두 팔을 꺼내 놓았는데 내 팔은 물지 않고 아내 발바닥을 물다가 발에 치여 죽은 모기의 사체가 아침에 발견되었다.
박형종   2011-08-08 (월)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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