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모구리야영장 3년 연속 제주도 모구리야영장에 왔다. 하루 4200원에 전기도 공짜로 쓸 수 있다. 모구리야영장 덕분에 이렇게 해마다 제주에 올 수 있었다.
마침 김연수선생님 가족도 함께 제주로 왔는데, 그 가족은 서귀포의 펜션에서 이틀을 자고 모구리야영장으로 올 계획이다. 김인석선생님 가족은 하루 먼저 비행기로 제주로 와서 다른 곳에서 캠핑을 한 다음 며칠 후에 모구리야영장으로 올 것이다.
올해 다른 점.
장흥항에서 오렌지호를 탔다. 마치 고속버스처럼 의자에 앉아 왔다. 지난 두 번은 완도항에서 한일카훼리를 탔는데 이등객실의 사장바닥 같은 곳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난민처럼 누워오거나 가족실의 이층 침대에서 자며 왔던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제주항이 아니라 성산항에 도착해서 야영장 하고 가까와서 좋다.
올해 모구리야영장에는 샤워실에 온수 보일러를 설치했는데, 용량이 작아서 몇 시람만 같이 사용해도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혼자 사용하면 쓸만하다. 시훈이랑 같이 샤워했는데, 정말 제주도의 지하수는 아주 차갑다.
작년에는 코베아 텐트에 모기장같은 엘파소 거실을 연결해서 사용했는데, 올해는 재작년처럼 텐트와 타프(천막)를 연결했다. 날벌레와 모기들이 꼬이기는 하지만 개방감이 좋고 훨씬 시원하다. 그래도 올해 모구리야영장의 트렌드는 커다란 모기장 텐트이다. 그 안에 야전침대를 놓고 자거나 식탁을 놓고 저녁을 먹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아내는 모기장 텐트를 갖고 오지 못한 것을 아쉬어 했지만, 우리 승용차에 이만큼이라도 싣고 온 것만도 대단하다. 작년에는 화장실과 취사실 옆이어서 편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다. 매번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도 후보지로 물색했던 세 군데 중에서는 정감가는 곳으로 가장 잘 골랐다.
작년에는 노트북 한 개만 갖고 왔는데 이번에는 두 개를 갖고 왔다. 우리가 텐트를 친 곳은 모구리 대피소 건물 옆으로 무선인터넷 신호가 매우 약한 곳이다. 그렇지만 내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을 사용하여 우리 타프 아래에서 두 대의 노트북으로 동시에 인터넷을 할 수 있어 편하다. 작년에는 한 대의 노트북으로 무선 신호가 잘 잡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불쌍하게 인터넷을 했었다.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아이들도 서로 하겠다고 했는데, 올해는 내가 좀더 자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제주도 있는 동안에 소셜 연대기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인데 그럴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옆 텐트의 부부가 아이들을 재워놓고 늦은 시각에 화롯불 옆에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야영의 묘미는 그런데 있는 것 같다. 오늘이 모구리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하니 더욱 정감이 깊은 밤이 될 것이다. 내 아내와 아이들은 긴 여행의 피곤함 때문인지, 텐트를 치고 늦은 라면으로 저녁을 먹고나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지금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배고픈 모기들이 늦은 시각에 내 다리에서 포식을 하고 있다.
오늘은 많이 피곤하다. 이만 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