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 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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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다음날

중간고사가 끝나고, 날씨가 화창하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듯 검게 그을린 운동장에 파릇하게 잔디가 돋아나고, 아직 바람에 찬 기가 섞여 있는 산골의 앙상한 나뭇가지도 곧 무성한 잎을 피울 기세다.
 
그 동안 매거진에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한 줌의 글을 쓰는 것에도 왜 이리 부담이 되는지. 그 사이 시원이가 학교에 들어갔고, 시훈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매거진에 글을 쓰지 않고, 갤러리에 사진도 올리지 않으니 시간은 여유가 있어 좋은데, 지난 시간들의 기억은 조금은 더 빨리 희미해지는 것 같다.    
 
오늘은 물리심화반 학생들과 함께 횡성휴게소에 갔다. 학생들과 휴게소에 간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는 카페모카를 마시고, 학생들은 치킨을 시켰고, 나는 밥 종류를 사주었다. 잠시 뒤에 담임학생 이현수와 그 친구들도 휴게소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들에게는 아이스크림과 쉐이크를 사주었다. 그러자니 한 쪽에 있던 3학년 손준호와 그 일행도 아이스크림을 사달란다.
 
학교로 돌아와서 충무관과 다산관 사이에 놓인 볕이 좋은 테이블에 앉았다. 충무관 앞에서 한가롭게 얼쩡거리는 고인영이 눈에 띄었다. "인영이 이리 와봐!" 주머니에 들어 있던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이나 찍어줄 생각이었다. 빛도 좋았고 표정도 좋았다. 사진이 잘 나왔다. 그 중 두 장을 바다소의 갤러리에 올렸다. 언젠가 더 많은 사진을 올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집에서는 아내가 처제네 가족을 불러서 카레로 저녁을 함께 했다. 시원이는 어제 학교에서 수목원을 다녀왔고, 시훈이는 오늘 에버랜드를 다녀왔다. 사람이 많아서 줄 서서 타는 것은 하나도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친구들과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단다. 기념으로 만천원을 주고 펭귄 인형을 산 것이 의외였다. 인형에는 관심이 없는줄 알았는데.. 그 인형이 마음에 드는지 계속 만지작거렸다.
 
피곤해서 그냥 자려나보다 싶었는데, 오늘은 문제를 안 내었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오늘의 문제를 두 문제 내주었다. 하나는 맞추고, 하나는 틀렸다. 틀린 문제에 대해서는 바닥에 앉아 설명을 해주었다. 바다소에 문제를 내고 바로 맞고 틀리는 것을 채점하며 수준을 확인하고 보충 문제를 내거나 설명을 해주니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바다소에 오늘의 문제를 내면서부터는 자연스레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시간이 늘었다. 사실 시간이 늘었다기 보다는 새로 생겼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그 전에는 집에서 아내에게 애들 공부를 맡기고 나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막상 집에 오면 그냥 쉬고 싶다거나 다른 일 때문에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는 것은 우선 순위에서 항상 뒷전이었다. 아내도 맨날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하다가 영어 문제를 출제하고, 실제로 시훈이가 사전을 찾아가면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문제를 내는 데 적극적이다.
 
시훈이에게는 아내가 내는 영어 문제와 내가 내는 수학 문제를 합해서 100점이 넘을 때마다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이번에 에버랜드를 갈 때도 그 보너스를 타서 갔다. 그와 함께 바다소에 문제를 풀 때마다 점수가 바로 올라가는 것이 문제를 풀게 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 같다.
 
오빠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더니 시원이도 자기 문제를 풀겠단다. 내가 낸 레벨1의 문제도 풀고, 시훈이가 동생을 위해 낸 문제도 풀었다. 학교에서 받아쓰기 백점을 받으면 500원씩 주기로 했는데, 요즘 일주일 넘게 백점을 받아온다.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500원을 내놓으라고 당당하게 손을 벌린다. 
 
내 경험에 의하면 나이 30살 때 까지는 싫으나 좋으나 시험을 끼고 살아가게 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지만, 어떻게 하면 즐기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부모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지난 3월 25일, 우연히 오늘의 문제를 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전에 소셜커머스인 그루폰을 디자인이 좋아서 들랐거렸었는데, 그 사이트의 주 메뉴는 오늘의 딜과 완료된 딜이었다. 몇 차례쯤 방문하고 나서 3월 25일 그것을 흉내내서 오늘의 문제를 해보자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던 것이다.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프로그램을 일주일만에 완성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동안 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계속 문제를 내 달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다소의 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오늘의 문제라는 콘텐츠를 발견하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 큰 행운인 것 같다. 더구나 딱 적당한 시점이다.
 
한 시가 넘어가니 출출해진다. 모처럼 매거진에 글을 쓰다보니 장황하게 쓴 것 같다.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조금 인터넷이나 하다가 자야겠다.
박형종   2011-04-22 (금)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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