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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과잉 교육

(2007.09.11)
 
지난 토요일 4살난 시원이가 자기쪽 자동차 창문을 내려달라고 졸라서 매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고 8살난 시훈이 보고 동생에게 매연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라고 말하였습니다. 뭐 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매연이란, 앞 차에 보면 밑에 동그란거 보이지. 거기서 나오는 연기인데 사람이 그걸 마시면 암에 걸리거나 병에 걸려서 일찍 죽어." 나는 운전하면서 제법인 걸 하고 놀라고 있는데 뒤이어 튀어나오는 말 "아빠는 그걸 많이 마셔서 얼굴이 까맣게 된 거야." (음...)


시훈이는 영어를 학원에서 하루 1시간 정도 배웁니다. 시훈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영어 시범학교로 선정되어서 학교에서도 영어를 배우는 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학원이든 학교든 노는 것처럼 편하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영어 학원에서 치른 쪽지 시험에서 여러 차례 빵점을 맞았고, 집에서 좀 돌봐주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냥 내버려 둘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점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대신에 이번 방학 때 시훈이가 좋아하는 스폰지송 DVD를 전부 샀습니다. 교육방송에서 여러 차례 우리말로 더빙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영어로 보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훈이가 영어에 대한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영어에 몰입하다가 우리말의 표현력과 상상력이 제한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일요일에는 아침에 양떼목장에서 실컫 놀고, 강릉 참소리에디슨박물관을 구경하였습니다. 4월에 개관하고 벌써 3번째인데도 설명을 들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시훈이와 시원이도 적극적으로 맨 앞에 앉아 경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다가, 경포대 바닷가에서 파도와 모래를 갖고 놀고(시원이는 엄마와 조개를 줍고), 회도 먹고, 강릉대 교수님 농가주택에서 별을 구경하다가 밤 12시가 다 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차 안에서 이미 꿈나라에 갔지요.


오늘은 뜰이 넓은 식당에서의 저녁 회식 자리에 가족들을 데리고 갔고, 시훈이와 시원이는 요한, 영석, 수빈이와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시훈이와 같이 샤워를 하였습니다. 시훈이가 책을 읽어달라길래 그냥 자라고 할까하다가 아이들에게 "욕심쟁이 곰 혼내주기"라는 전래동화를 읽어주었습니다. 욕심이 많은 곰이 농부 할아버지와 노루에게 혼이 난다는 이야기인데요. 언제나처럼 농부 할아버지, 곰, 노루, 사냥꾼의 목소리를 내가며, 때로는 크게 때로는 귓속말로 성심껏 읽어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면 막연히 뭔가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이 늙을 때까지 그 영어를 별로 쓸 일이 없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올라가는 영어 점수는 눈에 잘 보일지 모르지만 그 대신에 희생된 것이 무엇인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나는 조만간 영어로 된 재미난 책을 찾아서 전래동화처럼 읽어줄 것입니다(발음은 형편없지만). 그 때쯤이면 영어 학원을 다닐 이유도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영어냐 우리말이냐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이며, 문화이고, 삶의 지혜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해주는 사람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훈이와 시원이가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즐겁고 소중한 추억일뿐더러 상상력과 모험심, 지혜의 원천이기를 바라며..
박형종 2007-09-11 (화)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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