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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마트와 서울 이마트

(2007.03.14)
 
지난 토요일 원주 이마트에 갔습니다. 아내가 장을 보는 시간은 나에게는 이마트 한 구석(아이들 노는 곳)에서 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이마트에 들어오는 책이라야 종수가 다양한 것은 아니지만 인테리어, 여행, 재테크 등에 관한 책을 읽으며 시간 떼우기는 나름 괜찮은 편입니다. 그리고 나오면서 아내가 카트에 담은 것들을 계산하면 내 할 일은 끝나는 셈이지요.

그 다음날 일요일은 차를 가지고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들러 5시간 동안 책도 보고 점심도 먹으며 놀다가 용산의 아이파크몰로 갔습니다. 2시간 할인을 받고도 교보문고에 주차요금으로 19,000원을 냈구요-_-

토요일 새로 산 네비게이션 덕분에 서울 지리를 전혀 몰라도 별 두려움 없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네비게이션의 성능 테스트를 겸한 나들이였고, 앞으로는 매 주말 여행을 떠나려고 네비게이션을 산 것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물관이나 멋진 건물과 장소를 찾아서 전국을 누벼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이파크몰의 이마트에 주차하는 것부터가 지옥이었습니다. 꼼짝없이 줄서 기다리다 몇 십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고, 5만원 이상을 사야 5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했으며(그래서 이것저것 샀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몸을 부딪히지 않고는 제대로 움직이기도 곤란했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원주 이마트도 붐비기는 하지만 주차 요금도 없고, 이 정도로 부대끼지는 않는데..

사람들도 별로 정신이 없어 보였구요, 한가하게 쇼핑을 한다기보다는 이것저것 주워담기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데서 몇 년 살다보면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어질 것 같았구요. 물건이 이 만큼은 다양하지 못하지만 한 구석에서라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원주 이마트가 더욱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아이파크몰의 피자몰에서 저녁을 먹고, 캐논전문점에서 카메라 가방용 베낭을 사고, 디지털피아노를 살펴보고, 스페이스9에서 사진 몇 장을 찍는 것으로 이날 10시간 동안의 서울 나들이를 마감했습니다.

원주로 돌아오는 길에 아주 잠깐 동안 졸음 운전을 하기도 했고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아이의 체험과 나의 문화 생활을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까지 중학 수학을 두 권 쓰느라고, 또 내년까지 네 권을 더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치 용산 이마트에서 부대끼던 사람들처럼 나 자신도 너무 여유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글방에 글이라도 하나 쓰기가 버거웠으니까요.

오늘은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보면서 얼마간 한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서관에서 기하학에 관한 책을 읽고, 같은 학교 안에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도서관 선생님과도 정담을 나누고, 점심 때는 국어, 수학 선생님과 함께 둔내 민속촌에서 곤드레 나물밥을 먹으며 봄빛을 즐겼습니다.


오늘 아침 1학년 모의고사 감독을 하는데 아이들 얼굴에 여유가 너무 없어 보였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첫 번째로 보는 시험이니만큼 긴장이 안될 수야 없겠지만, 아이들 대부분이 서울지역에서 왔으니 서울 이마트에서 마주친 사람들처럼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민사고에 들어오기까지 그들이 배운 학교나 학원, 참고서들에서도 그렇게 한가로운 구석이라고는 없었을 것이니..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오자 마자 내 책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나도 바쁘게 썼기 때문에 혹시 내 책도 그런 여유없는 모습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나마 여기저기 평소 나의 여유로움이 보여서 조금 안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권만 쓴 것이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머지 책을 언제까지 쓰겠다고 출판사와 계약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계약 때문에 책 속에 담겨야 할 한가로움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네요.

내 책이 숨만 간신히 쉬는 아이들에게 마치 원주 이마트의 한 구석처럼 흐믓한 여유를 마련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박형종   2007-03-14 (수)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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