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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 송과 별가

(2006.06.24)
 
요즘 저녁 먹기가 무섭게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가서 시훈이 시원이와 함께 『네모네모 스펀지 송』을 봅니다. 어떤 때는 저녁 밥을 텔레비전 앞으로 들고가 먹으면서 보기도 하죠.

매우 엉뚱한 스펀지 송과 그의 단짝 친구 별가가 매회 흥미진진한 일들을 벌이는데 너무 재밌네요.

스펀지 송도 엉뚱하지만 머리가 모자란듯 하면서도 항상 스펀지 송과 죽이 잘 맞는 별가가 없었다면 이 만큼 재미있는 만화가 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오늘 토요일 낮에 몇 분 선생님 가족과 신림에 있는 소풍이란 곳에 놀러갔습니다. 마침 그 곳 펜션 주인을 아는 분이 계셔서 뜰 한쪽에서 점심부터 저녁까지 바베큐를 해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뜰 양쪽에는 개울이 흐르고 자그마한 폭포도 있었으며, 300평쯤 되는 뜰에는 잔디가 고르게 심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바베큐를 하는 동안 개울에서 올챙이를 잡거나 잠자리채로 물고기를 잡고 뜰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축구나 술래잡기를 하면서 마냥 뛰어다녔습니다.

저는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맨발로 아이들과 축구를 하였습니다. 개울물에 젖은 샌들이 미끄러워 샌들을 벗었지만 맨발로 짧은 잔디 위를 달리는 느낌이 신선했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4학년 때 새로 이사간 집 앞 마당에서(그 때는 50평도 안되던 그 곳이 굉장히 넓어 보였었는데) 축구를 하던 때처럼 즐거웠습니다.

축구를 하던 시훈이가 페트병을 들고 물을 뿌린 것을 계기로 시훈이와 초등학교 1학년인 영석이가 한편이 되고 내가 다른 편이 되어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전투를 시작하였습니다. 시훈이가 한눈 파는 사이 페트병을 뺏어서 내가 뿌리기도 하였고, 그에 질세라 아이들은 뜰 한 켠에 놓인 샘물 받아놓는 함지박에서 바가지들을 들고와서 물을 뿌려대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막고 도망가고 쫓아가고, 아이들이 함지박에 물을 뜨러가기 전에 내가 먼저 함지박에 가서 물을 떠서 뿌려대고, 구경하던 사람에게 뿌려대도록 유도하고.. 30여분이 지나면서 우리들의 옷은 모두 물에 흠뻑 젖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녁 때까지 끝나지 않을 태세였지요.

저녁을 먹고 또 축구를 하고 아이들끼리 놀고 하다가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소풍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시훈이가 7살이 되면서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고 아내는 시훈이에게 자꾸 가르치고 무엇무엇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렇게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는 시훈이에게 별가같은 친구가 되어줄 생각입니다. 그의 엉뚱함이 나의 엉뚱함을 자극하고 나의 엉뚱함이 그의 엉뚱함을 자극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엉뚱함이 그 자신의 한계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껏 사실은 자기가 그것을 하지 못할 어떠한 제약이 정해진 바가 없는데도 단지 막연하게 누군가가 반대할 것이라는 염려때문에 무언가를 실행하는데 주저하고 지레 포기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사람들이 자신이 서 있는 곳의 경계를 지나 새로운 세계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할 기회를 앗아갈 뿐입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같이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지럽힌 것을 치우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같이 치워주기는 어렵습니다. 게임하지 말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 대신 책을 읽어주거나 같이 놀아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가르침은 입에서 나와 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몸이 부딪히며 몸에서 나와 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나는 별가처럼 시훈이랑 같이 놀아주고 그것을 즐길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가르치려하기 보다는 내가 엉뚱함의 한계에 도달하였을 때 시훈이가 그 한계를 뛰어넘어 주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새로운 엉뚱함을 제시하겠지요. 여태까지처럼..
박형종 2006-06-24 (토)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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