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마지막회 마지막 부분 30분 정도를 봤다. 끝 마무리가 멋진 해피엔딩이었다. 빵을 만드는 장인 정신이랄까. 회사의 대표이사로 서류에 사인을 하며 사는 것보다는 제빵점에서 일하는 것이 더욱 보람되다는 것과 간절한 사랑은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밝게 제시한 것 같아 흐믓하다.
처음 본 것은 제주 산방산탄산온천의 찜찔방에서 였고, 두 번째 본 것은 한라병원에서 였다. 그리고는 마지막 회를 본 것이니 중간에 여러 에피소드를 놓쳤다. 보고 싶기도 하고 원한다면 sk브로드밴드의 다시보기 서비스로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그럴 시간을 낸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밤에도 해야 할 일이 항상 많다. 대학교 1학년 말부터 지난 25년 동안 그랬다.
3년 전에 디저트와 빵을 만들어 보겠다고 책도 몇 권 사고 제빵 도구들도 샀지만, 처음으로 만들었던 초코케잌에 쓴 맛을 본 후로 지금은 먼지가 두툼하게 쌓였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제과 제빵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아빠가 집에서 그런 것을 굽는다면 분위기가 좋을 것이다. 그것을 염원하며 이번에 거실과 부엌에 붙인 파벽돌의 색깔로는 화덕 피잣집에서 본 듯한 것을 골랐다. 저녁을 먹을 때마다 그 벽돌들을 보며 마치 내가 피자나 스파게티를 먹으러 레스토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친 김에 이번 주말에는 먼지 쌓인 제빵 도구들을 다시 꺼내봐야겠다. 눈에 잘 보이도록 서재의 커피 도구들 옆에 전시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늘 시훈이와 아내가 백구현선생님의 진료를 받으러 서울에 다녀왔다. 이제 붕대는 하지 말고, 식염수에 손가락을 담글 필요도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시훈이는 학교 갈 때는 다시 다칠까봐 붕대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잠시 컴퓨터를 하려는데 내가 진작에 듣고 싶었던 말을 하며 시훈이가 서재로 왔다. "아빠 손톱이 나는 것 같아." 돋보기로 열심히 들여다 봤다. 손톱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조금더 있어봐야 분명할 것 같았다.
아내가 청량리역 롯데백화점에서 사온 왕만두, 납작만두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원주천을 산책하니 걷기에 딱 알맞은 날씨다. 비가 멈춘지는 며칠이 되었지만 물소리는 아직도 제법 크게 울린다. 집에 있다보면 무슨 계곡에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게 좋은데 아내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불만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다리를 하나 건너 돌아오니 50분쯤 걸렸다. 나가려고 신발을 신으려면 귀찮은데 막상 아파트 입구로 들어설 때쯤이면 몸이 가볍다.
학교도 날씨가 좋다. 모의고사를 끝내고 무슨 힘이 남았는지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온통 초록색인 운동장과 산들을 배경으로 학생들이 점처럼 보였다. 자연의 에너지가 그대로 학생들의 몸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오후 5시 반이었다.
이런! 제빵와 김탁구를 보고 간단히 쓰려고 했던 것이 일기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마무리 하긴 싫지만 밤이 늦었다. 12시 반이다. 일년 중 제일 사랑스런 때의 아침을 온전히 즐기려면 이제 그만 자러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