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 27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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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치와 산굼부리

오늘은 캠핑에서 정말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처음으로 했다. 아침 먹고 텐트 안에 뒹굴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 동안 아침 먹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나가기에 바빴다. 텐트 안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긴 했지만, 강한 햇빛으로부터는 차단되어 눈이 훨씬 편했다.
 
내가 이번 휴가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직전에 산 "CEO의 습관"이다. 서점에 이런 종류의 책은 넘치지만 이 책에는 기업의 최고책임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전담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아직 반 정도밖에 읽지 못했지만 배울 점이 많다.
 
아내가 점심으로 먹을 떡볶이를 준비하는 사이에 나는 아이들을 태우고 근처의 성읍민속마을에 있는 하나로마트로 가서 얼음 두 팩과 쌀, 초콜릿, 쭈쭈바를 샀다. 무더위에는 얼음이 최고다. 작년 캠핑 때는 선풍기와 각얼음 없이도 견딜만 했는데, 올 여름에는 매일 3킬로그램짜리 각얼음을 산다. 각얼음을 컵에 담아 녹은 물을 마시고, 냉장고와 아이스박스에 넣어 반찬을 보관한다. 어제는 선풍기를 켜고 잤다. 확실히 올 여름은 작년에 비해 훨씬 무덥다.
 
그 동안 밀린 빨래를 하러 해비치리조트로 갔다. 그곳 투숙객을 위한 동전빨래방에서 빨래를 하고 건조까지 하였다. 아내가 빨래감을 지키는 사이에 나와 아이들은 해비치리조트와 호텔을 구경하였다. 멋진 곳이다. 표선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해수욕하기도 좋고, 해변 경치도 쓸만하다. 내가 즐겨보았던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주인공들이 후반부에 등장했던 곳이기도 하다.
 
리조트의 지하1층에 있는 마트에서 아이들 과자와 음료수를 사주고, 호텔로 가서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제네시스, K5, 제네시스 쿠페를 구경하고 타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원이는 야외 풀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어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언젠가 이런 곳에서 숙박을 하게 될 날이 있을 지 모르겠다. 아내는 이 곳에서 하루를 자느니 적당한 곳에서 이틀을 자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징징대는 시원이를 태우고 산굼부리로 향했다. 시원이가 차에서 자는 바람에 일단 다희원(작년의 경덕원이 이름을 바꿨다.)을 들렀다. 동굴까페로 이름난 곳인데 작년에 이곳 동굴에서 차를 마시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이 기억에 남았다. 그 때는 골프 카트를 타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5시에 도착해서 탈 수 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6시라는 이른 시간에 문을 닫는다. 작년에는 없었던 현대적인 다도체험장이 입구쪽에 들어섰고, 동굴카페도 지붕을 나무로 다시 만들었다. 
 
카트를 타고 여기 저기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 중간에 아내가 운전을 해보기도 했고, 아이들은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을 카트로 달리는 것을 신나했다. 카트를 타느라 정작 동굴카페에는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그곳을 나와 산굼부리에 6시 25분경 도착했다. 6시 30분전에 도착하여야만 구경할 수 있다. 12년 전에 아내와 함께 구경했을 때 멋진 자연 경관이 인상적이었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분화구처럼 쑥 꺼진 땅이 신비로왔다. 안개가 깔려 더욱 그랬다. 그 때에 비하면 지난 10년간 공사를 하여 산책하는 길이 좋아졌고 다양해졌다. 아내는 그 당시에 걷던 길과 달라진 길이 어색한 모양이다. 오늘도 12년 전의 나와 아내처럼 연인끼리 온 팀이 여럿 눈에 띄었다. 그 때의 우리보단 훨씬 더 세련된 차림들이다. 그들도 십여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이곳을 둘러보고 싶어할 것이다. 아이들은 지친 기색없이 신나게 뛰어다녔다. 그 에너지가 놀랍다.
 
근처에 유명하다는 교래손칼국수에서 닭칼국수와 검은냉콩국수, 파전을 먹었다. 모구리 야영장으로 오는 길에 잠시 소나기가 내렸다. 무더위를 식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습기만 제공하는 비였다. 그래도 찬물로 샤워를 하니 한결 살 것 같다. 야영장이 습기로 뿌옇다. 그 습기에 눌려 사람들 목소리도 조용하게 깔리는 밤이다. 
 
p.s. 이 글을 쓰고 자려고 했는데 야영장 이웃(녹차청년)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부른다. 막걸리 두 잔을 마시는데 시훈이도 잠을 자지 않고 늦게까지 옆에서 참견을 하였다. 우리는 밤 1시반까지 캠핑과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로 즐거운 밤을 보냈다.
박형종   2010-08-03 (화)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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