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모처럼 편안한 아침이다. 느지막히 아침을 먹고 오후 1시쯤에 우도에 들어갔다. 아내는 작년에도 우도를 가고 싶어했으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었다.
우리는 결혼 이듬해에 우도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12년전이다. 그 때에 비하면 우도도 많이 바뀌었다. 건물들이 제법 들어섰고, 스쿠터, 전기카트, ATV를 빌려타고 섬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12년전과 마찬가지로 우도버스를 탔다. 우도항 이외에 3군데의 관광명소에 내려주고, 또 그곳에서 정해진 시각에 버스를 탈 수 있다.
첫번째 하차지점인 우도등대에 내려 우도의 특산품인 땅콩도 사고, 핫도그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해안절경을 산책하고, 우도등대를 구경하였다. 우도등대를 보러 올라가는 중간에 각국의 특이한 등대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볼거리도 있었고, 전망이 좋은 까페도 있었다. 시원이의 성화에 못이겨 우리는 그곳에서 아이스크림과 팥빙수를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도 시원이는 우도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힘들다고 징징거렸다. 우도등대에서 거의 3시간 정도를 보내는 바람에 다음 코스인 검멀레 해안동굴에서는 30분 정도 밖에 머무르지 못했다. 그래도 썰물이어서 운좋게 동굴을 구경할 수 있었다. 커다란 미역 덩어리를 처음 집어들어보았는데, 거기에 꼬리같은 것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세번째로 내린 곳은 서빈백사.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졌다는 모래보다 굵은 하얀 알갱이들의 해변이 특이한 곳이다. 12년전 아내는 그곳에서 수영복을 입고 신혼 분위기를 뽐냈었다. 해변의 분위기는 그때보다는 좀더 상업적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파란 색깔의 바다와 하얀 해변은 누구라도 반할만 것이다. 이제 그 바닷가에 시훈이와 시원이가 물에 들어가서 놀았고, 모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다시 우도항으로 버스를 타고 오니 성산포항으로 가는 6시 마지막 배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5시간의 우도 여행이 끝났다. 언제 또 다시 오게 될까? 그때는 시훈이와 시원이가 아무데서나 알몸을 드러내고 옷을 갈아입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 있을 것이다.
아내가 성산포항에 올 때 봐두었다는 고등어쌈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하나로마트에서 얼음을 사서 야영장에 돌아왔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시원이는 바로 엄마품에서 골아떨어졌다. 시훈이도 바다소에 웃긴 일기를 쓰고 잠에 빠졌다.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백열등과 내 옆에 올려져 있는 형광랜턴, 반대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달빛.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을 것. 나는 배에서 멀어지는 우도를 바라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내가 언젠가 우도에 다시 찾아온다 하더라도 우도는 별로 변해있지 않을 것이다. 변하는 것은 우도보다는 나일 것이다.
나를 사랑해주고 싶다. 내 가족, 내 아이들을 더욱 사랑해주고 싶다. 변하는 모든 것을 사랑해주고 싶다. 이 시점, 이 순간에. 다음 순간의 그들은 더 이상 이 순간의 그들이 아닐 것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