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 29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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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력의 용량

변화를 원한다면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이번 이슈는 그것에 대한 것이다.
 
지난 일요일 원주 이마트에서 스위치란 책을 보았다. 자기계발서적 1위로 진열되어 있었고,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손이 갔다. 책의 앞 부분만 빠르게 훑어볼 시간밖에는 없었다.
 
거기에 소개된 심리학 실험 중에 자제력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다.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실험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았다.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는데 한 그룹에는 초코릿을 먹을 수 있게 했고, 다른 그룹에는 상대방이 초코릿을 먹는 것을 구경하며 맛없는 무를 먹도록 했다. 물론 두 번째 그룹도 감독하는 사람이 실험실에 없었기 때문에 원한다면 그들 앞에 놓인 초코릿을 먹을 수 있었지만, 그들은 처음 지시 받은대로 자제력을 발휘해서 무만 먹었다.
 
그리고 나서 두 그룹에게 트레이싱페이퍼에 복잡한 그림을 따라 그리도록 했는데, 초콜릿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그룹은 월등히 끈기있게 시도를 한 반면, 무를 먹은 그룹은 매우 일찍 포기했다.
 
두 번째 그룹은 초코릿을 먹지 않고, 무를 먹느라고 자제력을 많이 쓰는 바람에 그 다음 과제에서 자제력의 고갈을 일찍 겪을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오늘 저녁 창의성에 대한 글을 쓰려다가 문득 그 실험이 떠올랐다. 
 
꾸준히 공부한 학생보다 계속 놀다가 벼락치기 한 학생이 시험 점수가 더 좋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을 머리가 좋다거나 운이 따랐다는 식으로 이해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스위치란 책에서 말한대로, 계속 공부만하고 놀지 않다보면 시험에 가까와질수록 자제력의 고갈을 느낄 가능성이 많다. 즉 까다로운 시험 문제의 해결에 끈기를 발휘하기 힘들 수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시험기간에도 적당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라.
 
좀더 긴 시간에 대해서도 같은 이론이 적용된다. 대학에 들어갈 때는 장학금도 타고 1학년 때 높은 학점을 받다가도, 2,3학년이 되면서 학점이 나빠지는 상황에 처하는 학생들의 사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딱한 것은 그들은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학점이 오르지 않는지 답답해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제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고3이라는 힘든 시기를 참아내고 대학에 입학했다면 한동안 적절히 노는 것이 맞다. 부모의 기대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계속 공부만 하다보면 어느날 한걸음도 전진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중학교 때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에 왔다면 한동안 홀가분하게 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컴퓨터 게임하라는 것은 아니고. 공부 이외의 것에서도 흥미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발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동안 자제력은 채워질 것이고, 곧 다시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박형종   2010-05-26 (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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