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코로나 재택 격리 3 05-02 박형종
큰형을 생각하며 3 04-30 박형종
바다소어워드 2 04-11 박형종
시간기록 수정 1 04-08 박형종
수업과목, 시간표 링크 03-27 박형종
1487 [11][12]13[14][15][16][17][18][19][20] ... [298]  
큰형을 생각하며

어제 낮잠을 자다가 짧은 꿈을 꿨다. 언덕 위에서 멀리 아래쪽 마을의 별처럼 반짝이는 야경 사진을 찍으려는데 큰형이 호기심을 갖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사진이 흔들릴까 걱정이 되었지만 내가 찍으려는 카메라 속의 모습을 큰형에게 보여주었다. 형제 사이에 따뜻하고 흐뭇한 시간이었다.

큰형은 열흘 전에 돌아가셨다. 몇 년 전부터 폐가 나빠져서 숨 쉬는 것을 점점 곤란해하셨는데 척추에서 혈관이 터진 게 결정타가 되었다. 큰 수술을 하였으나 결국 스스로 숨 쉬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큰형은 나하고 고작 여덟 살 차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아버님 역할을 했다. 고3 시절 대학 지원을 위해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을 때, 장사로 바쁜 어머님 대신에 큰형이 학교로 왔다. 큰형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원서를 쓰게 하겠다고 내 편을 들어줬다. 대학을 졸업했을 때,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왔을 때, 결혼했을 때 언제나 든든한 도움을 주었다. 그보다 어렸을 때는 나이 차 때문에 함께 한 경험이 적지만 버스를 타고 극장에 가서 무서운 영화를 봤던 것, 바닷가 해수욕장에서 미끄럼틀을 탔던 일 등이 떠오른다.

세상을 달리하는 마지막 순간에 나는 큰형 옆에서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그랬으면 좋았을 테지만. 구태여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항상 끈끈한 유대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큰형은 집안의 기둥이었고, 나는 또 다른 기둥이었다.

큰형은 42년의 결혼 생활 동안에 홀로된 어머님을 모시고, 또 함께 새벽 3시에 생선 장사를 나가며 정신적, 육체적 고생을 했다. 여러 가지 집안 행사, 답이 없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 큰누나, 동생들이 일으키는 말썽들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 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무거운 짐을 꿋꿋하게 잘 이끌고 나갔다. 하나뿐인 딸도 잘 결혼시키고, 듬직한 손주도 얻었고, 비록 열흘뿐이었지만 새 자동차도 몰아보았다.

큰형은 전자제품에 흥미가 많아서 종종 내게 자잘한 것들을 구해달라고 했고, 새 자동차를 좋아했다. 지난 명절 전날에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새로 뽑을 자동차의 스펙 등을 나에게 한 시간 동안 설명했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편한 상대에게 말해서 그런지 숨이 매우 정상적으로 평온해서 놀랐었다.

큰형이 꿈에서 본 것과 같은 야경이 멋진 마을에서 마음껏 숨 쉬며 홀가분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빈다.
박형종   2023-04-30 (일) 19:26  
이예원 황나윤 황은결님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다음 글 코로나 재택 격리박형종

이전 글 바다소어워드박형종
 
구독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