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토요일이다. 여섯 시쯤 깨서 내 침실로 사용 중인 거실 텐트 안에서 뒹굴며 포근한 아침을 즐겼다. 바다소에 업그레이드 할 것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소득 없이 일곱 시쯤 서재로 와서 언제나처럼 리클라이너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바다소를 보았다. 문득 시간기록을 하려면 꿈을 클릭한 후에 시간기록을 클릭하는 식으로 두 번 클릭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앞서 했던 시간기록 항목을 반복하기 때문에 한 번 클릭해서 이전에 했던 시간기록을 바로 할 수 있다면 편할 것이다.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갔다. 3주 전에 처음으로 봄을 알린 산수유는 노란 색이 옅어졌지만, 개나리와 벚꽃, 목련이 갖가지 색으로 활짝 피어 있었다.
아내와 천천히 아침을 먹고 열 시쯤 아까 생각했던 작업을 시작했다. 십 분 정도면 끝날지 알았던 일이 자꾸 에러가 생겨서 세 시간 반이 걸려서야 끝났다. 폭풍 같이 집중하는 바람에 기력이 쇠해졌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
꿈이 없거나 시간기록을 한 적이 없는 경우는 꿈 버튼 옆에 사용법을 설명하는 버튼이 보인다. 반면에 시간기록을 한 적이 있으면 그 버튼은 최근 시간기록을 다시 하는 버튼으로 바뀐다. 만약 시간기록 중이면 시간기록을 중지하는 버튼이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으로 명확하다.
내가 시간기록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간은 노력의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쌓이지 않은 꿈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특수상대론을 정립하고 일반상대론을 완성하기까지 11년간 엄청난 노력을 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이렇듯 바다소에 15년째 많은 시간을 들이고도 별거 없고, 허접한 책을 쓰는 것도 30년째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하루 이틀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행운이겠지만 인생을 통틀어서 뚜렷한 성과는 훨씬 많은 시간을 들인 노력이 성공했는가로 판명난다.
시간기록을 한 단계로 줄인 것은 사소해보이지만 그만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간기록을 더 많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