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안의 작은 까페 교실에 까페를 마련한데 이어 서재에도 작은 까페를 들였다. 한쪽에 놓인 버추소로 원두를 갈아 주방에서 에스프레소머신으로 뽑은 커피를 다시 서재로 가져와서 마신다.
아내와 같이 마실 때는 주로 식탁에서 마시지만 혼자 마실 때는 서재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며 마신다. 오늘은 아침먹고 한잔, 저녁먹고 한잔을 마셨다.
잔잔한 비에 젖어드는 개울을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며 에스프레소를 마시니 정말 전망좋은 까페에 와있는 느낌이다.
아직은 책꽂이의 세 칸밖에 가져다 놓을 것이 없지만 일년쯤 뒤에는 여섯 칸 정도를 채울 것이다. 모카포트와 드립세트가 다음 차례가 될 예정이다. 모카포트는 주로 야외에서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용도가 될 것이고, 드립세트는 원두의 맛을 분별하는데 좋을 것이다.
저녁 때 커피를 마시고 있으려니 시훈이와 시원이가 각각 서재로 와서는 옥수수전분이 주성분인 아이콘으로 만든 작품을 자랑했다. 시원이가 만든 것은 왕관이 되기도 했고, 엄청나게 큰 귀걸이, 팔찌, 목걸이가 되기도 했다. 옥수수로 별 것을 다 만든다.
이제 밤 11가 다 되었고, 아이들은 진작에 안방으로 자러 들어갔다. 밤이 되자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낸 개구리들의 노랫소리, 무심한 조명을 받아 색다르게 내리다 되튕기는 빗방울, 그들을 모두 담아서 불어난듯 조금은 거칠게 흐르는 냇물 소리를 들으며 다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만 참아야겠다.
커피가 없어도 아름다운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