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슈퍼 MPT 명언 메뉴

2

박형종님 이야기
> 새로운 일상   2   일상 06-10 박형종 20
> 두 번째 수납함   일상 06-05 박형종 45
> 첫 번째 수납함   2   일상 05-29 박형종 97
> 철제 달력   2   일상 05-27 박형종 82
> 목공 작업대   2   일상 05-25 박형종 71
987 1[2][3][4][5][6][7][8][9][10] ... [198]  
새로운 일상

커다란 상자 두 개가 택배로 왔다. 어제 구입한 의자였다. 게이밍 의자 또는 중역 의자라고 불리는 것으로 카본 문양이 있어서 자동차 시트 같다. 그제 의자를 사려고 기껏 주문했던 것을 그날 밤에 취소했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의자 스타일이 무엇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종류의 의자를 사보고서도 정답을 찾지 못했다. 의자를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어제 아침 출근하면서 내가 타고 있는 자동차 시트처럼 안락한 의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뜯어서 집에서 쓰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으로 다시 살펴보았고 카본 의자를 골랐다. 그렇지만 게이밍 의자가 공부하는 용도로 적합한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아무튼 조립해서 서재에 놓고 지금 거기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매우 만족한다. 집에 있던 쿠션들을 발 받침대와 허리 받침대로 사용하니 의자가 몸에 잘 맞고 안락하다. 앞으로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더욱 행복할 것 같다.

동네에 메가커피가 오늘 오픈했다. 오픈기념으로 50% 할인이벤트를 해서 저녁 먹고 가보았다. 음료 네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마시면서 티타임을 가졌다. 덕분에 평일 저녁이 마치 주말처럼 즐거웠다. 조용하던 동네에 어린이공원과 다섯 개의 로터리가 생기면서 길에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덩달아 오래 비워있던 상점에 미용실, 아이스크림할인점, 편의점, 반찬가게, 호프집, 도너츠가게, 치킨집, 메가커피, 야채과일가게, 미용케어숍, 분식점, 동물병원이 연달아 들어서고 있다. 15년 전에는 온통 논밭뿐이던 곳이 아침은 아침대로 밤에는 또 밤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산책하는 게 흥겹다.

일상이란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뜻한다. 일상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탈출을 외치며 먼 여행을 꿈꾼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일상이란 없다. 모든 것은 시시각각 변한다. 어제까지 없었던 것들이 오늘 새로 만들어지고, 오픈한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느낄 마음의 여유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 여유만 있다면 매일 생활하는 곳, 매일 다니는 동네가 낯선 이국처럼 설레고 신기할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베란다에 조금 열린 창문 틈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빗방울이 나뭇잎을 탁탁 치는 소리, 툭툭거리며 베란다 난간에 부딪히는 소리, 작은 물구덩이에서 타닥거리는 소리, 쏴아하며 자동차 바퀴에서 튕겨 퍼지는 소리.. 어린 시절 낮은 다락방에서 듣던 소리와 많이 닮았다.

최근 서재 책상과 선반을 정리하고, 독서대와 스탠드를 들여놓고, 목공으로 직접 두 개의 나무 수납함을 만들고, 오늘 새 의자를 책상 앞에 놓음으로써 맞춤형 공부환경이 완성되었다. 공부만 하면 된다. 이제 새로운 위대한 일상이다.
박형종 2021-06-10 (목) 23:48

프린트   박형종님의 987 번째 글   20
정현우 박성민





이전 글 두 번째 수납함박형종
 

박형종
2428 1
57638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