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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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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납함

두 번째 수납함을 만들었다. 두 개의 라왕나무 옆판에 홈을 파서 얇은 미송합판을 끼운 15단 수납함이었다. 나무에 일정한 간격으로 일직선의 홈을 파기 위해 새롭게 여러 공구들을 사야 했다. 오후 3시 반에 만들기 시작해서 3시간 걸렸다.

목공이 재밌다. 나무가 플라스틱이나 금속보다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 편하고, 종이보다는 견고하다. 그래서인지 인테리어에서 목공 공사의 비중이 꽤 높다. 집에서도 간단한 것은 해볼 만하다. 다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공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공간이 좁아 움직임이 불편하고, 특히 소음과 먼지가 많이 발생된다.

당분간 목공을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는 목공을 취미로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손으로 쓴 종이들을 수평으로 올려놓을 수납함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문구점에서 파는 제품들은 플라스틱으로 된 3단 또는 5단 수납함인데 폭이 넓고, 한 칸의 높이가 커서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 서류를 분류하는 기능은 약하다.

지난번에 만든 것까지 수납함 두 개를 서재 책상 앞의 선반에 올려놓았다. 수납함 아래의 선반 바닥을 포함하면 총 25단이 된다. 많은 장비를 사서 목공을 한 이유는 수납함을 만들기 위해서였고, 수납함을 만든 이유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다. 내가 직접 만든 나무 수납함들, 거기에 꽂혀 있는 손으로 쓴 종이들을 보면 힐링이 된다. 깔끔한 멋은 없지만 차가운 물리학의 지식을 인간미 있게 담고 있는 것 같아 부드러운 마음이 든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이니, 정보통신이니, 4차 혁명이니 해도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내가 직접 손으로 만들고, 쓰고, 감촉을 느끼는 아날로그들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비접촉식 디지털 온도계로 하루에도 몇 번씩 체온을 재는 삭막한 시대에, 열이 날 때 이마에 손을 대시던 어머님의 따스한 손길이 그립다. 어머님의 손은 차가운 온도계가 아니라 걱정하는 마음의 따뜻한 연결통로였고. 위안이었고, 안정감을 주는 약이었다. 나도 아이들이 열이 날 때 온도계를 찾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저절로 손을 이마에 갖다 댄다. 손으로 재는 것은 온도가 아니라 아이의 걱정하는 감정이고, 동시에 그 손을 통해 따뜻한 연결의 감정을 보낸다.

책상 앞의 이마 높이에 놓인 자작나무, 레드파인, 미송, 라왕나무와 종이들이 그들을 키워낸 해와 달과 별과 바람과 비와 숲의 따뜻하고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박형종 2021-06-05 (토)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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