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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논문과 윤리


과학자는 대개 자기의 연구를 학술지에 논문 형식으로 발표한다. 아인슈타인도 그랬고, 양자역학의 발견자들도 그랬다. 갈릴레이 시절에는 책으로 자기의 이론을 발표했지만 책을 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연구 성과를 빨리 발표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고, 수 백 페이지의 책으로 낼 정도로 개인의 연구가 방대한 경우도 드물다.

근대 이후로는 각종 학회와 권위 있는 학술지들이 등장하면서 과학자는 자기의 연구를 길어야 몇 십 페이지 정도의 논문으로 학술지에 투고한다(우편 등의 방법으로 논문을 보낸다). 학술지의 편집위원들은 그 논문을 검토하여, 연구의 진실성, 독창성, 유용성, 가치를 판단하고 학술지에 실을 지를 결정한다. 이러한 검토를 통과한 논문은 언제 투고된 것인지 날짜를 밝혀서 학술지에 실어준다.(논문을 투고한 날짜, 즉 논문이 우편 등의 방법으로 학술지 출판 기관에 도착한 날짜는 누가 그 연구를 최초로 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가령 이에 따라 누가 노벨상을 받을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보통 논문을 투고하고 편집위원들의 검토와 보완 요구, 논문을 보완하여 다시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학술지에 실리기까지는 최소 몇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논문이 학술지 편집위원들의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여 학술지에 실리는 것을 거절당할 경우가 훨씬 많다. 연구에 인생의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은 과학자로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이 된다.) 얼마나 훌륭한 논문들이 투고 되는가, 그리고 편집위원들의 검토가 얼마나 엄격한가에 따라 그 학술지의 권위가 결정된다.

권위 있는 학술지일수록 좋은 논문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학술지는 자신들의 논문 투고 규정을 정하는데 어떤 학술지들은 페이지 수가 많으면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논문의 분량과 좋은 논문인가와는 관련이 없다. 아인슈타인이 유명한 공식 E=mc²을 발표한 논문은 당시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던 “Annalen der Physik”에 1905년 9월 27일 투고되었고 단지 3페이지에 불과하다.

과학자에게 논문의 중요성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논문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증명할 유일한 증거다. 따라서 논문 제목 바로 밑에 등장하는 논문의 저자는 논문을 누가 연구했는지, 그 사람의 소속은 어디인지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여러 명이 연구한 경우는 연구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가를 따져서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이름을 나타낸다. 논문에서 가장 앞에 놓인 사람을 제1저자라고 하는데 제1저자는 논문의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를 기획하고, 실험을 주도한 사람이 차지한다.(논문의 제1저자는 매우 중요하다. 제1저자가 누구냐는 논문의 신뢰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향후 그 논문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제1저자에게 연락하여 연구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노벨상은 공동수상자를 3명까지만 인정하기 때문에 그 논문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경우 제1저자는 노벨상을 받고, 제2저자는 못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제1저자는 다른 저자들에 비해 논문에 더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대학교수나 연구원의 직업을 얻는데 유리하고, 현직 교수나 연구원일 경우에는 연구 실적에서 더 높게 평가 받아 승진이나 새로운 연구프로젝트 수주, 연구비 지원 등에 유리하다.) 제1저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때때로 제1저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연구의 아이디어를 던져준 지도교수가 제1저자를 할지, 몇 년 동안 밤을 새워가며 여러 가지 문제와 씨름하고 실제로 실험을 진행한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제1저자를 할지 결정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심한 경우는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실험을 진행한 대학원생 대신에 지도교수가 제1저자를 차지하는 비양심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과학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하지도 않은 실험에 자기의 이름을 저자로 올리거나 논문과 관련 없는 사람의 이름을 올려주는 경우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사람의 딸이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에 2주간의 인턴 활동을 하고 대한병리학회지에 제1저자로 소아병리학 관련 논문을 실었다는 뉴스였다.(동아일보, 2019년 8월 20일 『교수-박사과정 참여한 논문… 공동저자 “고교생이 제1저자 충격”』) 그 논문의 연구 진행 책임을 맡은 단국대 의대 교수는 대학 진학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선물로 제1저자를 그 학생에게 주었다고 했다. 이것은 정말로 제1저자가 될 사람을 희생한 것이며 몇 년간 전문가들이 노력한 논문의 신뢰를 내팽개친 것으로 과학자로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일종의 연구자 조작이다. 즉 그 의대 교수는 과학자로서 생명이 끝난 것이다. 그의 운명은 논문 내용을 조작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그가 쓰는 논문은 어떠한 신뢰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동료들은 그와 논문을 작성하는 작업을 경계할 것이고, 어느 권위 있는 학술지도 그의 논문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라 선물가게를 하는 것이 맞다. 과학은 그 연구에 따라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고 엄청난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논문 제1저자 자리를 선물로 주는 학문이 아니다.(이와 관련하여 경기도교육감이 문제가 된 병리학 논문을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쓰는 에쎄이 같은 것이라고 말한 것은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모독이며 과학에 대한 천박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제대로 된 과학 논문을 한 편 쓰기까지 그 분야에 대해 10년 이상 공부했다. 어느 천재적인 사람도 해당 분야에 대한 기나긴 공부와 오랜 준비 없이 2주 만에 제1저자인 과학 논문을 쓸 수 없다. 그 병리학 논문도 박사과정 이상의 숙련된 연구원들이 7년 동안 실험하고 논문을 써서 학술지에 투고된 것이며 학술지 편집위원들의 엄격한 검토를 통과하여 기재된 것이다.)

과학자는 정부나 대학, 기업 등 기관에서 연구비를 지급 받는 대신에 연구 성과에 대한 부담이 크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들은 과학자들이 뛰어난 성과를 내거나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과학자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 결과를 조작하거나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려는 유혹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연구한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거나,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품앗이나 선물처럼 자신의 논문에 올려주는 짓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행위는 모두 연구 부정이다.

과학자는 무엇보다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이고, 그 연구 결과는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논문이 자기의 손을 떠나 학술지에 투고되는 순간 그 책임은 온전히 그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들이 져야 한다. 제1저자가 아니라 제2, 제3의 공동저자로 논문에 자기의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에도 논문 전체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과학자에게는 엉터리 논문에 자기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다.

과학자는 위대한 자연의 진리 앞에 자신의 명예와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과학자 본인뿐이다.
박형종 08-24 (토) 17:04 글 1486   답글 프린트 7   ▷205 폴더 생각[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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