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인테리어 오늘 밤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켰다. 덥고 비가 오락가락하여 불쾌지수가 높은 날이다. 밤인 데도 온도가 29도, 습도는 84%였다. 두 시간 정도 에어컨을 켰더니 지금은 온도가 26도, 습도가 62%다. 훨씬 쾌적하다. 에어컨 하나 켰을 뿐인데 평범한 집이 고급 리조트로 변신했다. 일 년에 며칠 틀지 않더라도 에어컨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마루가 뽀송해져서 미끌거리고, 소파에서는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소파에 누웠는데 일어나기 싫었다.
낮에 택배로 쿠션커버가 왔다. 1인 소파에 쓰던 기존의 쿠션커버가 진한 회색이어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여름이라 화사한 잎사귀들이 프린트된 쿠션커버를 골랐다. 1인 소파용 쿠션커버 4개를 사는 김에 4인용 소파에 놓을 쿠션커버와 솜도 4개씩 샀다. 그 쿠션들은 소파에 멋진 포인트가 되었다. 십년 넘게 거실의 한 쪽 벽을 차지하는 그 기다란 소파가 허전해 보이는 것도 몰랐었다. 그만큼 인터리어에 대한 관심도 안목도 없었던 것이다. 며칠 전 1인용 소파쿠션을 사기로 마음먹은 후에야 그게 보였다.
이로써 간단하게 인테리어가 완성되었다. 물론 이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세상과 물건과 삶에 대한 안목이 나아지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게 새롭게 드러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면 망설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할 것이다. 이런 점은 바다소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과 비슷하다. 집에서도 바다소에서도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