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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카페

시원이가 학교를 가고 모처럼 아내와 한가롭게 티타임을 했다. 그리고 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을 벤치 위에 올려놓는 김에 위치를 조정했다. 화초를 잘 키우는 것도 제법 노력이 든다. 그래서 화초는 나이가 들어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기르는 게 맞는 것 같다.

점심은 처제 부부와 함께 연안식당에서 먹었다. 백종원씨가 하는 체인점 중의 하나라고 한다. 멍게비빔밥은 조금 짜게 느껴졌지만 꼬막비빔밥은 적당했고, 물회도 맛있었다. 전에는 물회를 먹으러 속초나 강릉을 간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집에서 5분 거리에 먹을 만한 데가 있어 좋다.

점심으로 매콤한 것을 먹었으니 달달한 디저트를 먹을 차례다. 치악산 자락의 브리즈라는 카페로 갔는데 아쉽게도 8월 3일 오픈이라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옷가게를 하며 2층에 사는 주인이 건물 한 곳을 카페로 임대한 것인데 건물도 멋있고, 전망도 시원하다. 주차장이 좁아서 오픈하면 입소문이 나기 전에 잽싸게 한 번 와봐야겠다.

조금 더 올라가서 그 길의 높은 곳에 있는 WELL2000이라는 카페로 갔다. 낮에는 커피를, 저녁에는 술을 파는 곳이다. 밖에서 볼 때 외관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높은 곳에서 원주시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경치는 훌륭했다. 팥빙수와 망고빙수로 더위와 매운 입맛을 가셨다. 처제 부부가 먼저 자리를 뜨고 나는 아내와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더 카페에 머물렀다. 붉은 저녁노을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위치다. 다만 밖으로 나오자마자 태풍 때문인지 덥고 습해서 잔디밭과 옥상에서 사진 몇 장만 얼른 찍고 차를 탔다. 20년 전에는 치악산 황골에 가볍게 샌드위치와 떡볶이 등을 팔던 몇 개 안 되던 길 카페들이 이제 산을 오르는 구석구석에 백 개쯤으로 늘어나고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내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적은 돈을 쓰고, 잠시나마 멋진 사진도 찍고 힐링을 할 수 있어 고맙다.

검은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이마트로 가서 무선마우스를 두 개 사고, 장을 간단히 본 후 비가 쏟아지기 전에 집에 돌아왔다. 릴렉스체어에 앉아 30분 정도 잤다. 침대에서 낮잠을 자면 너무 길게 잠이 들고 역류성 식도염도 걱정인데 릴렉스체어는 그런 염려가 없다.

저녁은 마트에서 사온 고기를 구워먹었다. 냄새가 집안에 퍼지지 않도록 후드를 틀고 전기레인지 위에서 프라이팬으로 구웠다. 저녁을 먹고 릴렉스체어에서 수박주스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 릴렉스체어는 시원이와 아내를 위해 산 것이었는데 결국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한다. 아무튼 쓰는 사람이 임자다. 그러다 아레카야자 잎이 너무 옆으로 퍼지고 누렇게 마른 것도 있어서 키우는 법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끝이 누렇게 된 잎은 끝을 잘라주고, 잎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분무해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배웠다. 당장 다이소로 가서 새 원예용 가위와 고체비료를 샀다. 그 가위로 이발을 하듯이 아레카야자 잎을 다듬었다. 그리고 고체비료를 한 주먹정도 흙에 깔고,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다른 화초들보다 아레카야자는 손이 많이 간다.

집이 카페처럼 멋있으려면 꾸준히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부지런히 관리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적어도 카페에서 쓴 음료수 값만큼은 집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투자하고, 카페에 머문 시간 정도는 집을 관리하는데 들여야 한다. 아무리 카페가 멋있다 해도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지내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받는 영감을 집에서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집을 길 카페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형종   2019-07-19 (금) 23:49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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