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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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이 많아진 날


고독, 고통, 걱정, 무기력 이런 것들의 원인을 파고들면 언제나 그렇듯 사실은 별 것 아닌 일에 기인한다.
며칠 전에는 극심한 무기력증에, 내가 우울증에 걸렸나 싶어 이를 해결하고자 원인을 생각하여보니 잠을 며칠간 못 잤기도 했고 내가 세운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하루를 3일 넘게 보내고 있기도 했다.
어머니의 성격을 닮아 그런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을 보내면 자주 이런 고통에 빠지고는 한다.

꽤 오랜 기간 동안 방황에 빠져있었다.
그 방황은 2006년 중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짝사랑으로 끝났던 첫사랑을 그 때 시작하였었고,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몰랐던 시절에 나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모든 흑역사를 다 써버렸다.
그녀는 민사고 입학을 대비하고 있었고, 나 역시 민사고 입학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였었다. 당시 그녀가 반에서 1등, 내가 2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노트 필기를 깔끔하게 했던 그녀와, 노트 필기를 전혀 하지 않았던 나의 공부방식은 정 반대였고 이는 다른 성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다름 때문이었을까, 묘한 경쟁심과 함께 나를 자극해오는 그런 느낌이 좋았었다.
2학기부터였다. 외로움의 시작은.
12살 때 처음 만났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아버지는 14살 당시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고, 서울에 일하러 가실 적에는 아버지를 잃는 것 같은 기분에 매일 밤을 울기도 하였을 만큼 집착이 심하기도 했었다.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의 갈등이 점차 깊어져 이혼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던 때였고, 이것이 발단이 되어 아버지와 나의 갈등 또한 고조되던 시기였다(아, 물론 지금은 고래싸움을 새우가 잘 막아 나름의 평화를 찾았다).
동시에 아끼던 애완견과 애완조가 죽었고, 초등학교 때 엄하게 가르쳐주셨던, 그리고 마음 속으로 아버지처럼 생각했던 선생님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던 시기였다.
외로움을 잘 버티지 못하는 것이 내 기질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이 살 적에 내가 유일하게 놓지 않았던 것이 첫사랑에 대한 마음이었고, 그것이 내가 그녀에게 사랑이 아닌 집착을 하게 만든 계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건강한 애착은 아니었다.
당연히, 정말 당연하게도 나는 어느새 그녀가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미련은 내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졌었다. 아니, 그녀에 대한 미련이라기보다는 그 때 당시에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저 상실감에 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한 후회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여전히 미련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공부하여 어떻게 대학교까지는 들어갔으나 대학생이 된 후에도 여전히 그 미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군대까지 갔다.
내가 병장이 되던 2015년 1월 1일, 그 날 나는 심리학 책과 감정에 관한 책을 7권 샀다. 당시 내 월급을 탈탈 털어서 책을 사고 읽었던 이유는, 드디어 내가 극복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된다는, 과거의 나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 노력하면 내 미래는 내 주도 하에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2015년 6월 중순에 전역하였고, 그 해 9월부터 조금씩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것, 좋아하고 관심있는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신선한 행복이었고 나를 더 성장 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당시 나는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상당히 넘쳤었는데, 당시에 내가 도전한 것들을 지금 기억나는 것만 나열하면 행정고시, 락밴드, 시 쓰기, 러시아어 공부, 사람이 며칠까지 도서관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기 등등 정말 생각나는 것들은 다 해봤던 것 같다.
행정고시는 1차까지는 합격하였으나 2차에서 떨어진 뒤로 재도전 하지는 않았고, 락밴드는 보컬로 활동하다가 1년을 못 채우고 나왔으며, 시는 지금도 가끔 취미로 쓰고 있다.
러시아어를 공부한 건 언어를 아무거나 공부해보고는 싶은데 이왕이면 어려운 것을 택하자 하여 시작하였기 때문이었고, 덕분에 러시아어 공부를 도와주던 외국인 유학생 후배와 연애를 하기도 했었다.
시험기간에는 나를 최대한 극한까지 밀어붙여보고 싶어서 아예 집으로 가지 않고 도서관에서 숙식을 했었는데, 당시 2달 가량을 도서관에 앉아서 잤고 편의점 김밥을 사서 먹으며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했었다. 당시 기억으로 하루 평균 19시간을 공부했었다.
그렇게, 정도를 벗어난 자유분방함을 즐기면서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작년까지 약 3년간 살아왔다.
그 기간 동안 반성도 많이 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를 고민했고 세상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보았다.
내 성격과 기질을 찾는 데 몰두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내가 가진 지식, 내가 가진 기술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누군가를 도와주고 행복하게 만들 때 나 또한 가장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내가 그들에게 주는 행복, 영향력이 거대하기를 바란다. 내가 전공한 지식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일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종이며, 사회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를 원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는 추세이며, 나는 내 영향력이 크기를 원한다. 따라서 나는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Active House와 Passive House 사업을 해야 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첫 번째로 이루어야 할 단기목표는 한국전력공사에 취업하여 전기 기술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쌓는 것이다."

오늘 이 바다소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가입을 하고, 이렇게 글을 끄적이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첫사랑과도 연관이 있다.
착실히 생활하다가도 가끔씩 파도처럼 외로움이 밀려오면, 내 외로움의 대명사가 되버린 그녀가 떠오르고. 소식을 전혀 알 길이 없는 그녀가 오늘은 보고 싶어져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검색하다가 우연하게 이 사이트에 접속을 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일회성은 아니다. 꾸준히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자기계발을 할 생각이다.
운영하고 계시는 박형종 선생님을 나는 잘 모르지만, 이런 멋있는 사이트를 이용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황동욱 06-22 (토) 01:34 글 1458   답글 프린트 1   ▷137
박형종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덕분에 6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황동욱님의 글과 함께 감동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12년 동안 잠을 줄여가며 바다소를 만든 보람도 느꼈고요. 내가 혈기 넘친 시절에 방황하며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추억도 새삼 떠올랐어요. 누구나 자기의 감정을 솔직히 쓰기 힘든데 그만큼 삶의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등학교 때 내가 공부하도록 자극했던 라이벌을 가끔 구글에서 검색해봅니다. 중학교 때 라이벌이 첫사랑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이른 나이에 좋은 목표를 발견하고 노력하고 계신 것 축하합니다! 그러한 목표를 발견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입니다. 저도 인생의 목표를 대학교를 졸업하고 2년 뒤에-한참 삶이 힘들었던 시기에-발견하고 지금까지 30년 동안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한 목표가 있기에 삶을 낭비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를 발전시키는 것이지요. 매우 멋진 목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황동원님을 멀리서, 그리고 바다소에서, 응원할게요. 06-22 09:53  답글 1
황동욱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하고, 발전해야 할 점이 너무 많습니다.
선생님께서 축복이라고 말씀해주신 만큼, 소중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며 꾸준히 발전해나가겠습니다.
06-22 19:04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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