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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여유







많은 현대인들이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여유 없이 무언가에 쫒기 듯 각박하고 바쁘게 살아간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하면 여유 있는 삶이 가능할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이번 주말은 시간이 더디게 간다. 어제 금요일 KTX를 타고 교보문고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날이 좋아서 마치 여행한 기분이 들어 그런 것 같다.

오늘도 화창했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2년 반 만에 원두를 구입했다.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서 맛있는 드립커피를 뽑고 아내가 준비한 베이글, 샐러드와 함께 브런치 스타일로 아침을 먹었다. 갓 로스팅 된 커피는 지난 몇 달간 집에서 내려마시던 티백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따져보니 한 잔에 250원 꼴인데 생두를 1킬로그램씩 사서 직접 볶는 것에 비해 가격 차이가 없어 앞으로 애용할 것 같다.

리필한 커피를 마시며 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을 아내와 서재에서 보고, 화분에 물을 주고, 12시쯤 일어난 시원이를 데리고 함흥냉면을 먹었다. 날이 조금 따뜻해진다 싶으니 냉면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 후에는 치악산 자락에 있는 라돌체비타라는 카페에 갔다. 넓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역시 사람들로 꽉 찼다. 경치를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었다.

교보문고에서 《디지털 유인원》이란 책을 샀는데 띠지에 있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도구를 만든 것이 아니라 도구가 우리를 만들었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다. 우리가 도구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말은 틀렸다. 아마 저자가 책에서 그렇게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며칠 전 바다소의 명언에 다음 글귀를 남겼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도구를 가져야 한다.

여기서 도구는 바다소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성립하는 말이다. 맨손으로 땅을 파는 것보다는 삽으로 파는 것이 유리하다. 포크레인이라면 더 낫다. 좋은 도구를 가지려면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고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도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급한 마음에 바로 달려들어 정신없이 땅을 파기보다는 커피 한 잔을 하며 여유를 부리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꼭 커피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화초를 보거나, 편한 의자나 소파에 앉아 멍 때리거나,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좋다. 그러다보면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방금 전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다음 문구가 떠올랐다.

여유가 도구를 만들고 도구가 여유를 만든다.

같은 일이라고 관성적으로 반복하다보면 어느덧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되거나 허덕거리게 된다. 약간의 여유를 내어 미리 새로운 도구를 준비하고 연습 해두어야 한다. 그런 것이 당장 쓸모가 없어 보이더라도 훗날 그 도구 덕분에 여유를 찾을 수 있다. 나는 11년 전 진학실장을 맡았을 때 바다소를 만들어서 게시판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탈 없이 업무를 진행했다. 당연히 바다소가 없어도 별 지장을 받지는 않았을 테지만 나는 새로운 도구를 택했다. 그리고 신나서 밤새 만들었다. 그 결과 바다소가 시작되었다. 9년 전에는 바다소에 작은이야기를 도입하여 당시 신입생 학부모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았고, 스토리보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8년 전에는 메모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보고 SNS기능을 추가했다. 7년 전 교무부장으로 일할 때는 스케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다듬었다.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학교 일정을 펑크 내지 않고 수행하면서도 노닥거릴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사제동행독서라는 과목을 도입했을 때는 방학 때 2주 동안 집중적으로 수강신청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새 학기에 원활하게 적용했다. 지난 2년 동안 대외홍보실장으로 일할 때는 재학생일기 피드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쏟아내는 수 백편의 글을 수월하게 처리했다. 직전 겨울방학에는 이번 학기에 개설된 새로운 과목을 대비하여 조별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행평가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이 닥쳤을 때 훨씬 편하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효율적이고 만족스럽게 처리할 수 있다. 전쟁터에서도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도구는 점점 강력해지고 효율은 더욱 올라가며 더 많은 여유가 생긴다. 도구와 여유 사이에 선순환이 일어난다.

마음이 급해지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책상, 노트북 모니터, 스마트폰 화면을 떠나는 여유를 갖자. 사실 커피는 필요 없다. 푹신한 의자나 리클라이너면 충분하다. 쉬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있으면 사용해보고 연습하고, 없으면 찾아 나서거나 만든다. 다시 좋은 말이 떠올랐다.

여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여유는 시간보다는 공간이 만든다.

집에 여유로운 휴식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자. 편안한 의자 하나를 놓을 곳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그 곳이 카페가 되고 호텔이 되고 리조트가 된다. 커피 한 잔을 놓고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썼고,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를 썼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다음은 커피 한 잔의 마법이 당신을 찾아갈지.

이제 글을 다 썼으니 아까부터 노트북 옆에 놓여 있던 커피와 작은 여유를 즐겨야겠다.
박형종 04-20 (토) 23:58 글 1429   답글 프린트 1   ▷195 폴더 생각[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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