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과 풀꽃 지난 주 인천 송도에 갔을 때 교보문고에서 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다 읽었다. 그 전에 책을 소개한 인터넷 뉴스를 짧게 본 적이 있었는데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어 있어 눈에 잘 띄었다. 몇 달 만에 읽은 책이다.
철학책은 어렵다. 그렇지만 찬찬히 음미한 철학책은 깊은 울림을 준다. 대학교 1학년 때 읽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준 가르침이 30년이 지난 세월 속에서 아직도 생생하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을 실제 생활과 조직, 사회, 사고 체계에서 활용하는 50가지 예시를 보여준다. 나처럼 제대로 철학을 공부할 시간과 역량이 안 되는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물론 하나의 철학 사상을 다섯 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 가령 쿤이 주장한 패러다임에 대해서는 그 본질과 파급력에 대해 더 설명했어야 했다.
책을 다 읽고 과연 철학이 생각의 도구를 넘어 삶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철학자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진정한 지혜는 철학책 속에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 이 글을 쓰는 서재의 잡동사니들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마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서재를 정리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더 이로울 것이다. 가까운 곳, 가까운 미래, 가까운 꿈, 가까운 사람. 여유를 갖고, 집착을 버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같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가까이 있는 것을 자세히 보고 예쁘다 감탄하고, 오래 보고 사랑스럽다 여기는 사람은 이미 세상의 모든 지혜를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