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조명 사랑스런 초가을이다. 6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산책을 나갔다. 잠시 원주천을 걷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했다. 30분 정도 상류로 가서 돌 틈으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원한 물을 보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마치 계곡에 온 느낌이었다. 집으로 와서 아침을 먹고 타이밍벨트를 교체하려 차를 맡겼다. 오는 길에 아내 차의 카오디오를 폐차장에서 구해서 달았다. 이제 클럽에 온 것 같은 음량으로 CD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침 자동차정비소 옆에 유명한 만두집이 있어서 점심에 먹을 만두와 찐빵도 샀다. 12시 반쯤 집에 오니 시훈이와 시원이가 푹 잔 얼굴로 깨어 있었다.
점심을 김치만두 한 개와 찐빵 반개로 간단히 먹고 잠시 쉬고 있으려니 택배가 왔다. 며칠 전에 부엌 천정, 거실 소파 뒤, 안방 파우더룸에 노란조명을 달았는데 아예 끝장을 보기 위해 이번에는 거실 커튼 위, 안방 침대 뒤에 띠 모양의 간접조명을 달고, 안방 파우더룸에 앵두전구를 달았다. 특히 거실 커튼 위에 달 때는 미리 자리 잡고 있던 프로젝터 스크린 박스 때문에 작업이 힘들었지만 막상 달고 나니 그 스크린 박스가 거울에 반사되는 빛을 막아줘서 부드러운 조명이 되었다. 작업을 마치고 잠시 베란다에서 과자와 청귤차를 먹으며 쉬고 있자니 타이밍벨트 교체가 끝났으니 차를 가지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저녁은 모처럼 베란다에서 먹었다. 유리창과 방충망을 활짝 열고 개천 물소리를 들으며 가을 날씨를 만끽했다. 가끔 날벌레가 들어오려고 기웃거리고, 없어진 줄 알았던 모기에게 발등과 목덜미를 물렸지만 방충망을 계속 열고 코앞에서 어른거리는 초록 나뭇잎들을 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둠이 짙게 깔릴 무렵 마침 오늘 낮에 설치한 거실 커튼 위의 노란 조명을 켰는데 하얀 베란다 등보다 은은한 빛이 분위기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흠잡을 때 없는 날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