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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 11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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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하루

무더위에 헉헉거리던 것이 며칠 전인데 오늘은 비가 오면서 갑자기 추워졌다. 긴 소매 옷과 긴 바지를 꺼내 입었다. 에어컨 끈 지 얼마 안 되어 곧 난방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제 그제 아침을 집 베란다에서 방충망을 열고 아내와 함께 바깥 경치를 보며 먹었다. 마치 숲 속 리조트에 있는 것처럼 상쾌했다. 오늘 일요일은 맥도날드로 가서 애그머핀을 먹었다. 이렇게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좋았다. 특히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한 시간 정도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근처 번화가를 천천히 걸어서 구경하다가 치악산복숭아 판매행사가 열리는 따뚜공연장으로 가서 복숭아 한 상자를 샀다.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오기 아쉬워서 브레노라는 카페에 갔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아직도 자고 있을 것이다. 아내는 그 집의 앙버터라는 빵을 좋아한다. 바삭한 바게트 사이에 버터와 앙금을 넣은 빵이다. 갓 나온 앙버터 두 개는 포장하고 카페라떼와 레몬 마들렌은 카페에서 먹었는데 레몬 마들렌도 맛있었다.

비가 살짝 내리는 날에 브레노는 아늑한 느낌을 주는 카페다. 붉은 벽돌을 낮게 쌓은 담 안쪽으로는 테라스가 잘 꾸며져 있고, 실내에는 특이하게 중앙에 빵 판매대가 자리 잡았고,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가 널찍하게 떨어져 놓여 있다. 2층도 카페로 공사 중인데 3주쯤 후에 오픈한다고 한다. 빨간 벽돌을 붙여서 유럽풍으로 꾸몄다고 한다. 2층에서 도로 건너편 원주천을 바라보는 풍경도 멋질 것이다.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이렇게 꾸미고 싶다는 모델이다. 한편 집을 짓고 관리하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가까이 있는 별장이라 여기고 가끔 들러서 편하게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으며 힐링하는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집에 와서 앙버터와 복숭아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더 굵은 비가 내렸다. 낮잠을 조금 자고, 머리를 깎고, 저녁에는 아내가 미리 준비한 재료로 미니 김밥을 싸먹었다. 시원이는 친구랑 스타필드의 스포츠몬스터에 가고 싶다고 했다. 또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간 친구가 부럽다고 했다. 그렇지만 가족과 저녁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시원이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어느 한 곳에서는 뜨겁게 흐르고 다른 곳에서는 잔잔하게 흐른다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 누군가와 함께 했다는 추억일까? 그보다는 내일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가 행복에 핵심적인 것은 아닐까? 우리는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해가 뜨고 달이 뜨듯이 대략 95퍼센트 정도는 습관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퍼센트 정도는 비습관적으로, 즉 어떤 의지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하루의 5퍼센트는 한 시간 정도다. 그 5퍼센트가 행복의 95퍼센트를 만든다. 내가 볼 때 그렇다. 오늘 하루 아무리 바쁘고 힘들다고 하여도 내일을 위해 5퍼센트는 노력하라. 행복은 그 5퍼센트에 달려 있다.
박형종   2018-08-26 (일) 23:29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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