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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가볍게 피서하기

어제는 욕실 두 개를 간단히 청소했다. 오늘은 홈플러스에서 칫솔꽂이와 컵걸이를 사서 벽에 붙이고, 욕실 바닥의 미끄럼방지 패드를 교체했다.

서재의 리클라이너에서 텔레비전을 잠깐 봤는데 전기사용량을 체크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집에 놀고 있던 전력량체크기를 꺼내서 선풍기와 에어써큘레이터를 점검했는데 확실히 써큘레이터가 전기를 십분의 일 수준으로 적게 먹는다. 마침 며칠 전에 주문한 써큘레이터가 와서 시원이방에 놓았다.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 시원이도 이번 여름에는 침대 옆에 선풍기를 틀고 잤었다. 선풍기는 약하게 틀어도 바람이 센 편이지만 써큘레이터는 12단으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좋다.

어제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메가박스로 가서 미션임파서블을 봤다. 영화 개봉일이 마침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의 날이라서 5천원에 볼 수 있었다. 팝콘세트 3천원 쿠폰도 2장 있어서 영화 시작 전에 여유 있게 팝콘과 콜라, 사이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름 피서가 별거 없다. 이렇게 가볍게 즐기면 되는 거다. 오늘 점심은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고 아내와 푸드코트에서 잔치국수, 순대, 떡볶이, 어묵을 먹었다. 저녁은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예정이다.

욕실에 미끄럼방지 패드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나서 좀 쉬려는데 스마트폰의 이디야앱에 알람이 떠있었다. 시훈이가 이디야에서 청포도주스를 주문하고 내 전화번호로 적립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도 지금 이디야로 왔다. 시훈이는 그런 알람이 오는지 모르고 있었다. 시훈이가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는 옆에서 시원한 자몽에이드를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시훈이는 평소에 책도 좀 읽고 글도 써보고 해서 제법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썼다.

우리가 나란히 앉은 길이가 4미터나 되는 10인용 뉴질랜드 소나무(뉴송) 테이블이 멋있다. 개업 당시에 직원에게 어떤 나무냐고 물어보았는데 알아보고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했었다. 오늘 내 얼굴을 기억하고 테이블까지 찾아와서 뉴송이라고 알려주어서 무척 고마웠다.

아침에 SBS 《좋은 아침, 하우스》를 보았다. 요즘 내가 녹화를 하면서까지 챙겨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두 자매가 같은 동네에 지은 두 개의 다른 스타일의 집이 소개되었다. 집을 지으려면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디에 살 것인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집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택이 그렇다. 시훈이는 자기소개서 쓰기 힘들다고 한탄을 한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내가 이 짧은 글을 쓰는 것도 몇 시간이 걸리는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공부와 활동, 향후 진로와 비전을 1000자의 글로 요약하는 것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버려할 것은 무엇이고 강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글의 제목은 “일상에서 가볍게 피서하기”다. 이번 제목은 이디야에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정해놓았다. 제목은 사람의 척추처럼 글의 뼈대를 만들어간다. 심지어 결론도 제목의 영향을 받는다. 나는 집에 있는 시훈이를 볼 때마다 마치 오늘이 금요일 저녁이라는 느낌이 든다. 티타임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다행이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이므로 시훈이도 나를 볼 때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이디야를 나와서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플라스틱 컵을 두 개 샀는데 그 때는 컵에 무슨 글씨가 써진 것인지 자세히 안 봤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읽어보니 매우 멋진 글이다.

FIND
joy
IN THE
ORDINARY

우연하게도 내가 이 글을 쓰는 뜻과 정확히 일치한다. 깨달음과 지혜를 얻는데 큰돈과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몸이 해외에 있는 것보다 마음이 천 원짜리 컵에 있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내일도 나는 이런 즐거움과 감동을 찾아가며 일상에서 가볍게 피서를 즐길 생각이다.
박형종   2018-07-26 (목) 18:30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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