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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들

오늘 나는 위대한 작품은 우연과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국토순례에서 학생들 사진을 찍어주어야지 하고 카메라를 챙길 때만 해도, 오늘 사진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얼굴만 6만장 정도의 사진을 찍은 경험에 따르면 보통 이런 단체 활동에서 작품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이날의 행사를 가볍게 스케치할 정도의 사진만 기대했다.
 
내가 1번 버스를 탄 것은 우연이었다. 내 자리 주변에 앉은 학생들도, 그리고 처음에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려 그들의 사진을 몇 장 찍은 것도 우연이었다.
 
나는 버스에서 찍은 사진에 만족한 경우가 별로 없다. 더구나 움직이는 버스에서는. 그래서 버스 안에서는 거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오늘은 예외였다. 현충사로 가는 버스에서 안전벨트에 묶인 상태로 몸을 돌려 불편한 자세로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쏙 들게 잘 나왔다. 구름이 잔뜩껴서 창 밖의 햇빛이 적당한 때문이었음이 분명하다. 이것 또한 하나의 우연이었다.
 
나는 한순간 사진기를 들고 바로 뒤에 앉은 가영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때 마침 가영이는 눈을 감은채 강아지를 입으로 가져갔다. 순간 반사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빛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찰라의 순간이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며 영원히 남았다.
 
독립기념관에서 학교로 올라오는 버스에는 성원이와 서현이가 앞 자리로 와서 모델이 되었다. 성원이는 심심하다고 우리 버스로 옮겨탔다가 맨 앞쪽의 통로에 앉았고, 서현이도 심심하다며 가운데 자리에서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 덕분에 둘 다 내 카메라에 잡힐 수 있었다.
 
내려갈 때의 아침 10시경의 햇빛도 좋았지만, 올라올 때의 오후 4시경의 햇빛도 좋았다.
 
오늘, 결과적으로 그냥 단순히 인솔교사로서만 버스에 타서 오고갔다면 놓쳤을 좋은 사진 몇 장을 얻었다. 버스 안에서 왕복 다섯 시간 동안 나는  백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모델(?)들과 계속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런 표정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카메라에 익숙하지 못하다. 심지어 거부반응을 보이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좋은 표정이다 싶어 렌즈를 들이대면 금새 표정이 굳어지고 어색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만 연습하고 몇 가지 요령만 알아도 일생 최고의 전성기에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는데 말이다.
 
나는 누가됐던 그에게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끌어내고 싶다. 그래서 그것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그것이 이 바다소의 철학이기도 하다.
박형종   2010-04-22 (목) 00:00   [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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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우연이라니까 ㅋㅋㅋ
2010-04-22 22:59  답글
박형종   꺅 여신이 되었다, 는 답글 ㅋㅋㅋ
 
너 이름 넣느라고 내 수면 시간 15분 줄었다 ㅠ.ㅠ  그 김에 성원이하고 서현이도 고쳤어.
 
여신 잘 자라~

2010-04-22 23:10  답글
박형종   정말? 갤러리에 사진 몇 장 더 있는데..
2010-04-22 23:05  답글
박형종   새롬이도 여신으로 찍힐 수 있는데. 텃밭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 새롬이한테 예쁘게 찍어보라고 말했어요. 어머님도 너가 예쁘게 나온 것을 좋아하실거라면서. 본인은 부모님도 자기가 엽기적으로 찍는 것을 아신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부모 마음은 예쁘게 찍는 것을 더 좋아할거라고 했지요. 그래서 나름 예쁘게 찍은 것이 갤러리에 있는 BBQ치킨을 배경으로한 사진입니다. 그때도 이상하게 찍으려고 했지만 제가 자제를 시켰어요. 그리고 정상적으로 찍으니 예쁘게 나온다고 칭찬해주었지요. 아마 다음번에 더 예쁘게 찍을 수 있을거예요. 여신 등극을 기대하세요.
2010-04-23 15:52  답글
박형종   한복이 너무 잘 어울리는 고전적인 여신 ㅋㅋ
2010-04-23 17:00  답글
 

박형종님의 답글에 대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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