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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의 노란불빛

안방 침대 옆에 필립스 던 장스탠드를 들여 놓았다. 그 침대에서 아내는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하는데 안방 천정의 LED등은 흰 색이고 밝은 편이라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때때로 불을 끄고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는데 그러면 깜깜한 방과 환한 스마트폰의 강한 콘트라스트가 눈 건강에 좋지 않다. 장스탠드에 노란 등을 켜면 눈도 편하고 깊은 잠을 자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랑주씨의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이란 책에서 코칭을 받아 몇 달 전 욕실 등을 노란빛의 LED등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노란색이 너무 확연했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적응되어 노란빛인지도 잘 모를 정도다. 거실 활장스탠드에도 노란 등을 끼웠다. 이 글은 그 스탠드가 비추는 노란불빛 아래서 쓰고 있다.

인간에게 노란빛이 편안한 것은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하얀빛은 사냥을 하거나 과일을 따는 등의 일을 할 때 필요한 햇빛을 연상시키고, 노란빛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지친 몸을 덥히기 위해 피우는 모닥불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모닥불로 요리를 하거나 난방을 하지는 않지만 모닥불에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꼈던 선조들의 DNA는 그대로 우리 몸속에 있다. 캠핑을 할 때 무엇보다 화로에 둘러 앉아 장작불을 지피며 고기를 구워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캠핑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는 부엌 식탁, 거실 욕실과 안방 욕실, 서재 텔레비전을 마주보는 리클라이너, 거실 테이블에 이어 안방 침대에도 노란불빛을 놓았다. 시훈이 방의 스탠드는 흰빛과 노란빛을 선택할 수 있다. 시원이방을 빼놓고는 이제 모든 공간에서 노란불빛을 켤 수 있다.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그 공간은 모닥불을 피운 곳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해가 뜨기 전까지 그리고 저녁 먹고 밤에 잠자러 들어가기까지 몇 시간 정도 거실 활장스탠드의 노란 등만 켠다. 해가 떠있을 때 집이 어두워서 켜는 등은 하얀 등이지만 해가 지면 노란 등이 제격이다. 나는 조금 늦게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집에서는 쉴 수 있고, 쉬는 것이 좋겠다. 쉬는 기분을 내는데 노란불빛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박형종   2018-04-14 (토) 22:1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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