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티타임 날아가는 화살을 잡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길지 않다. 시훈이는 집에 늦게 오고, 시원이는 몇 분 만에 후다닥 저녁을 먹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스마트폰을 한다. 나는 어제 꿈 목록을 정비하면서 아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티타임을 하루에 15분 갖기로 했다. 어제는 아내가 자고 있어서 아이들과 간단하게 티타임을 했다. 오늘은 페퍼민트 차를 마시며 30분 정도 티타임을 가졌다. 내가 뜨거운 물에 티백을 넣고 차를 우려낸 다음 찻잔 네 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준비를 했다. 차를 마신 다음에는 설거지까지 했다.
시원이는 스파게티 요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시원이는 10년 전에 내가 초콜릿 케이크를 만든다고 법석을 떨다가 대실패를 했던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딱 한 번 시도했었다가 쫄딱 망했었는데 그게 당시 유치원을 다니기 전이었던 시원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그 때 내가 식탁 위에서 너무 판을 크게 벌였었다. 나 혼자 여러 번 시도를 해서 성공한 다음에 가족들에게 짠! 하고 보여주었어야 했다. 아무튼 그렇게라도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라고 위로해 본다.
내가 티타임이란 제목으로 바다소에 쓴 글을 검색하니 두 개가 나온다. 작년에는 거실 창가에 놓인 1인용 소파에서 티타임을 했었는데 어제 오늘은 부엌 식탁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멀바우테이블과 노란불빛 때문인지 아늑한 카페 같은 느낌이 난다. 저녁 먹을 때와 달리 시원이는 30분 동안 쉼 없이 재잘거렸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방향을 돌려놓을 수는 있다. 무엇 때문에 항상 쫓기듯 바쁜가?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는가? 만약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바쁜 그 무엇을 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하고의 짧은 이야기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당연히 후자를 고를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다른 일에 정신없이 바쁜가? 지금이 바로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다. 그 순간은 다시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티타임을 가질 때다.
오늘밤 따뜻하고 깔끔한 페퍼민트 차가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