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고마움
오늘 금요일 저녁 시훈이랑 긴 소파에 나란히 앉아 밤 11시까지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불의의 사고나 급작스런 병으로 한창 나이에 세상을 뜨는 사람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한편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나갈 책임이 있다. 시훈이는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나는 그 마음을 말하기도 전에 헤아리고 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 어머님에 대해 같은 마음이었다. 허리가 아프신 것 빼고는 아직도 정정하신 어머님이 고맙다. 나는 인생을 위협하는 여러 지뢰들을 피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회에 보탬이 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담배와 술만 안 해도 70%는 성공하는 것이고, 도박과 사기에 빠지지 않아야 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싸우지 않고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해주었다. 스트레스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어느 정도는 낮출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스트레스 환경에 놓이지 않으려면 좋은 직업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커다란 비전을 갖고 있으면 그것과 관련 없는 자잘한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좋고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나는 시훈이에게 유형의 제품이든 무형의 서비스든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인 비전을 가지라고 말했다.
아침에 학생이 쓴 한 페이지 정도의 글을 놓고 그 학생을 불러다가 한 시간 정도 함께 첨삭을 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가고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글인데 30분 만에 글을 쓰고 나에게 보내왔었다. 나는 첨삭하면서 글이 얼마나 중요하고 파급효과가 큰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글은 심지어 나라를 망하게 하거나 혁명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또한 글은 난중일기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서처럼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또렷하게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요즘은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터넷에서 그 사람의 평판을 조사하기도 하는데 수준이 낮거나 잘못 쓴 글 때문에 자기의 명예가 떨어지고 일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글을 써야 한다.
바빠서 30분 만에 대충 쓴 글이라면 웹에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 흥분하거나 화가 났거나 울적한 기분에 불안정한 상태로 쓴 글을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 글에 자기의 모든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을 담아서 쓰고, 쓰고 나서도 여러 차례 읽어보고 고칠 것이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고 부담을 느껴 아예 글을 쓰지 않는다면 총칼보다 위력적인 무기를 녹슬게 방치하는 꼴이다. 처음에는 짧은 글을 하나 쓰는 데도 몇 시간 걸리겠지만 자꾸 쓰다보면 실력이 조금씩 늘고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부엌 입구에 일주일 전부터 매달려 있는 “Happy Birthday”라고 쓰인 플랜카드가 오늘 밤 새삼스레 정겹게 보인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을 이롭게 하려고 할 것이다. 바다소를 운영하고, 책을 쓰고, 사람들이 조화로운 인성과 성찰을 갖도록 돕고, 글을 잘 쓰도록 격려하고, 아이들과 티타임을 하며 소통하고, 지혜를 공유하고, 도전을 위한 용기를 북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항상 자기계발을 하며 발전해야 한다. 저녁이나 주말에 쉬지도 못한다고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워하기 보다는 그러한 노력을 사명감을 갖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내일은 모처럼 집에서 편하게 맞이하는 토요일이다. 하루쯤은 자기계발 같은 것은 잊자. 실컷 늦잠 자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인테리어 잡지책을 보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산책을 나가 잎사귀가 붉게 물든 나무들을 만나고, 화초에 물을 주고, 서재를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고, 새로 생긴 카페를 구경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고, 서점에 들르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달콤한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실컷 웃고, 밤에는 아이들과 티타임을 하고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고 싶다. 그리고 거실 베란다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해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것이다. 아마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해 노트북으로 바다소에 접속해 있겠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 몇 페이지를 읽는다. 행복이란 평범한 일상에 있음을, 내일 집 안에 드는 신선한 아침 햇빛이 무척 사랑스러울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