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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다섯 번째 이야기-집과 건강


어느덧 10일간의 연휴가 하루 남았다. 어제는 여주아울렛과 강릉에 다녀왔다. 날씨가 화창해서 기분 상쾌한 여행이었다. 아울렛에서 나는 주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아내와 아이들만 옷과 신발 등을 구경했다. 푸드트럭에서 다양한 음식을 사먹는 것이 재미있었다. 오후 3시 반까지 여유 있게 돌아다녔다. 여주에서 원주로 돌아오는 길에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선 김에 강릉까지 갔다. 아는 분이 한옥주택을 지으셨는데 그 집 거실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고 바닥이 뜨끈한 사랑채에서 커피, 과자, 과일을 먹으며 밤 10시까지 한참을 이야기했다. 으리으리한 나무 대들보와 기둥이 멋진 주택이다. 철거하는 한옥에서 나무와 기와를 가지고 와서 다시 짜맞추는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요즘 그런 큰 나무는 구하기 힘들 것이다. 사랑채에는 장작을 때는 아궁이도 있다. 겨울에 다시 한 번 가서 어렸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구들에서 자고 싶다.

오늘은 드디어 몇 달 동안 벼르던 유리창 청소를 했다. 2층이라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시훈이가 위험할 것 같다고 해서 2년 전처럼 베란다에서 유리창을 닦기로 했다. 시훈이는 자기방 베란다의 한 뼘 정도 되는 틈으로 들어가서 유리창 닦는 시범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그 참에 열심히 다섯 시간 동안 유리창과 방충망을 닦았다. 나는 조금 거들어주는 정도였다. 시훈이는 호스나 압축분무기로 창에 물을 뿌리고, 유리세정제로 닦고, 물로 씻어내고, 고무밀대로 물을 쓸어내고, 수건으로 남은 물기를 없앴다. 떼어낼 수 있는 방충망은 베란다에서 떼서 욕실로 가져가면 아내가 깨끗하게 닦았다. 덕분에 먼지가 쌓여서 뿌옇던 유리창과 방충망들이 마치 새로 설치된 것처럼 말끔해졌다. 창 밖 가을 경치가 일품이다. 유리창 청소가 쉽도록 베란다 난간과 유리창 사이에 사람이 들어갈 틈이 있다면 청소가 훨씬 간편할 것 같다. 아니면 아예 베란다 유리를 떼어내고 싶다는 충동도 느꼈다. 요즘 짓는 아파트 중에 저층 세대에는 베란다를 앞으로 돌출시키고 지붕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당연히 베란다 유리창도 없게 된다. 우리 집도 거실과 방의 유리창을 이중창으로 해서 단열을 강화한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내는 모기와 벌레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저녁은 유리창 청소에 고생한 시훈이를 위해 집 앞에 개업한 양고기 식당에서 먹었다. 나는 22년 만에 양고기를 먹는 것이고 다른 식구들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다. 시훈이는 나와 아내와 시원이가 먹은 것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고기를 먹었다. 뉴질랜드에 가지 않고도 싱싱한 뉴질랜드 양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글을 쓰는데 눈이 감긴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그래봤자 12시지만. 최근 2주 동안 세 집을 방문했다. 혁신도시 택지지구에 아기자기한 정원을 품은 현대식 주택, 전망 좋은 산 밑에 넓은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성과 같은 주택, 높은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웅장한 대감님 한옥주택. 각각 특색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 그 집 주인들로부터 집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느 집이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아파트의 유리창을 닦는 데도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집을 짓고 관리하는 것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요즘 시대에 돈도 돈이지만 로망과 용기가 없으면 집을 짓거나 개인주택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내 집을 짓게 될까? 예전에는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신에 상가주택이라면 노후에 소일거리도 있고 심심하지 않아서 나에게 맞을 것 같다.

집과 관련해서 건강에 대한 관리도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다. 좋은 집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좋은 집이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집이다. 그렇지만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집에서 오래 살려면 좋은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이 부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다른 것에 우선해서 관심과 시간을 들일 작정이다. 바다소의 《오늘 할 것》에 다른 것들을 다 빼버리고 “아침 스트레칭 3분”, “복싱 및 헬스 50분” 만 남겨놓았다. 물론 산책, 수영, 자전거타기도 틈틈이 할 것이다. 다른 것들은 시간이 남았을 때 하면 된다. 건강하다면 그것들을 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바다소의 《나는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에 “운동”을 추가하여 디폴트로 설정했다. 앞으로 운동할 때마다 그 항목을 클릭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 운동을 했는가를 기록할 작정이다. 바다소의 이런 장치들이 운동을 습관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건강해지려면 비워야 한다. 복잡한 스케줄을 비우고, 시간을 비우고, 인간관계를 비우고, 헛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워야 한다. 마음과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질 수 있다.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남겨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적당하게 몸을 움직여서 근력을 단련해야 한다. 그 정도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바로 오늘부터. 행복이란 별거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좋아지는 것이다. 지금이 건강과 행복을 위해 움직여야 할 때다.
박형종 10-08 (일) 22:29 글 1313   답글 프린트 ▷184 폴더 일상[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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