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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네 번째 이야기-바다소





이번 연휴가 길긴 길다. 연휴 네 번째 이야기. 어제 당일로 장인어른이 계신 금산에 다녀왔다. 왔다 갔다 하는 도로가 많은 차들로 붐볐다. 한산하던 금왕휴게소도 차들로 꽉 찼다. 시간은 평소보다 한 두 시간씩 더 걸렸지만 어차피 급할 것도 없었다. 휴게소에서 번과 호두과자를 사서 집에서 가져간 커피와 함께 먹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했다. 금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짜장면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먼저 탕수육을 먹고 한참 짜장면을 기다렸지만 시원이가 하는 게임이 어떤 것인가 체험할 겸 처남 아이들, 시원이랑 자동차를 운전하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즐겁게 보냈다. 덕분에 아이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아이들은 내가 자기보다 게임을 못하는 것에 통쾌해 했다.

점심 먹고 처갓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쉬다가 아내, 처남과 함께 아파트 앞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저녁으로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집에서 쉬다가 밤 9시에 원주로 나섰다. 조금 막혀서 밤 12시 반에 도착했지만 운전이 피곤하지는 않았다. 처가나 처제 집에서 하루 자고 오는 것도 좋았겠지만 늦게라도 내 집에서 자는 것이 더 편하다.

오늘 푹 자고 싶었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났다. 무엇을 할까 하다가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산책을 나섰다. 이제 슬슬 아파트 단지의 나뭇잎들이 알록달록 총 천연색으로 물들고 있다. 나무들도 본격적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8시 반쯤 집에 들어와서는 혼자서 호두과자와 우유로 아침을 먹고 바다소를 다듬었다. 이번 작업은 로그인 했을 때 메모, 스케줄, 꿈과 같은 개인 영역을 눈에 잘 보이도록 위로 올리는 것이었다. 노트북 화면과 스마트폰 화면 둘 다 작업을 했다. 아내와 시훈이는 10시 반에 깼다.

12시 반이 되자 너무 졸려서 점심도 먹지 않고 방에 들어가서 바로 잠이 들었다. 오후 4시에 깼는데 학교 선생님이 나를 집으로 초대하는 문자가 와 있었다. 시훈이는 공부를 하고, 시원이는 3단 서랍의 옷들을 겨울 것으로 교체하느라 나는 아내와 둘이서 부랴부랴 카페에서 선물용 과자와 조각 케이크를 사서 방문했다. 크고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는 성처럼 디자인된 집이다. 케이크와 커피, 오디즙을 마시고 멋진 집과 정원을 구경했다. 전원주택의 로망을 제대로 실현한 집이었다. 고맙게도 나올 때 직접 기른 가지와 감을 상자 가득 담아주셨다.

저녁을 먹고 시훈이는 엄마 스마트폰을 갤럭시7엣지로 업그레이드해주었다. 오늘 원주에서 직구로 20만원에 샀다고 한다. 기특하게도 자기 스스로 추석 때 여기저기서 받은 용돈을 털어서 선물해주었다. 아내는 매우 만족해했다. 나는 모처럼 욕조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목욕을 했다. 비도 부슬부슬 오고 날도 추워져서 샤워보다는 목욕을 하고 싶었다. 몇 년 만에 목욕하는 것 같다. 시훈이가 등을 밀어줬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는 풀어야 할 숙제처럼 내 머리를 맴돌고 있다. 나는 아직 뚜렷한 방법을 모른다. 아마 어느 누구도 모를 것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시스템이 돌아가고 마치 조립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자기가 맡은 납땜을 하는 직원처럼 우리는 각자의 역할만 바쁘게 할 뿐이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기보다는 기계적인 숙련도를 강요받는다. 그렇지만 컨베이어벨트에서 벗어나려면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용기 있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나는 막연하게 답이 바다소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바다소는 10년 전 내가 진학실장일 때 고3 학생들의 진학에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로 만들었는데 8년 전에는 작은이야기를 쓰는 공간이었다가, 7년 전에야 흐릿하게나마 지금과 같은 자기계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 때 메모 프로그램이 처음 만들어졌다. 지금 나는 바다소의 기록을 보며 생각을 하거나 생각난 것을 바다소에 바로 체계적으로 기록한다.

바다소는 생각을 위한 서버다. 나는 노트북 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바다소에 접속하고 통신한다. 이 글도 바다소에 올리기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호모데우스》에서 말하고 있는 “경험하면 기록하라. 기록하면 (서버에) 업로드하라. 업로드하면 공유하라.”는 데이터교의 모토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교의 핵심은 서버다. 서버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라는 단말에서 정보를 입력받고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는 등의 적절한 처리를 한 다음 그 결과를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모든 사람들이 특정한 서비스를 위해 서버에 접속한다. 구글도 서버고, 페이스북도 서버다. 바다소도 작기는 하지만 서버다. 그런데 서버의 핵심은 그것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것을 구현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좋은 서버는 이용자와 사회를 발전시키고, 나쁜 서버는 도박 사이트처럼 이용자와 사회를 병들게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대형 서버가 꼭 좋은 서버는 아니다. 대형 서버를 운영하려면 막대한 돈이 드는데 그 돈과 수익을 위해 필연적으로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사용자들이 원치 않는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또한 서버에 머무르는 시간과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게임이나 자극적인 동영상 등에 빠지도록 설계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시간도 뺏기고 정신도 산만해진다.

바다소는 매우 작은 서버다. 유지비는 한 달에 55,000원이다.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내가 아마추어 솜씨로 만든 프로그램들이 서비스 되는데,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개발해서 공개한 프로그램을 가져다가 살짝 고친 정도이다. 멋진 사회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소와 바다소의 이용자들은 수많은 개발자들이 피와 땀을 들여 일구어낸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표한다.

나는 바다소가 따뜻한 생각의 바다였으면 좋겠다. 그 생각이 한 사람이라도 정신없는 컨베이어벨트와 자기 파괴적인 무한루프, 나쁜 서버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기계발을 이끌게 된다면 보람을 느낄 것이다. 바다소를 떠받치고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자들도 나와 같은 기대를 하며 자기의 프로그램을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 것이 분명하다. 내가 바다소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길 때마다 마음이 포근해지는 이유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을 올리려 바다소에 접속해야 할 때다. 내 몸을 담갔던 욕조의 물처럼 따뜻한 생각의 바다. 나는 어제오늘 많은 경험을 했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지만 여기에 기록되는 것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루하루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기록되면 좋겠다.
박형종 10-06 (금) 23:52 글 1312   답글 프린트 ▷185 폴더 바다소[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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