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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메모





오늘 대통령 선거도 있고 해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퇴근할 무렵에 졸업한지 세 달 밖에 안 된 김하경과 정서문이 학교 근처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각자 해비타트(집짓는 봉사동아리)와 게임오버(여자농구 동아리) 후배들을 위해 먹을 것을 한가득 싸들고 왔다. 하경이는 포스트잇 쪽지가 붙어 있는 과자상자를 건넸다. 우리는 상행선 휴게소로 가서 음료수를 마시며 한 시간 가량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한 시간이 이렇게 짧은지 몰랐다.

12시 반에 집에 도착하니 임시공휴일이라 시원이 혼자 있었다. 시원이가 해주는 볶음밥을 먹자마자 시훈이가 학교에서 동아리 관련 활동을 하고 왔다. 학교에서 곧 있을 축전행사에 동아리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식탁에 앉아 시훈이에게 동아리에서 하는 것들을 일지로 잘 기록하라고 하면서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였다. 그 자리에서 말한 것을 나도 바다소 메모로 정리해서 바로 쪽지로 시훈이와 시원이에게 보내주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점심 먹은 것을 설거지 하고서는 시원이도 오빠 방으로 오라고 해서 둘에게 바다소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시훈이 노트북과 내 노트북을 활용해서 메모와 스토리보드를 써서 기록하는 것과 그것을 바다소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재사용하는 방법 등을 말해주었다. 이것이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닌데 기능이 많다보니 그 연결성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으면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전에도 한두 번 설명해주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어릴 때는 잘 전달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바다소 개발자를 아버지로 두고 있기 때문에 자기계발에 유리한 입장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나도 방법만 알려주고 그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을 뿐 결국 물가에서 물을 마시는 것은 본인이다. 바다소는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가족들에게도 적극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기계발은 나이불문하고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다. 담임 학생과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여러 번 말해주었지만 역시 사용하는 것은 본인 선택이다.

나는 왜 일반적으로 아인슈타인의 2세가 아인슈타인이 아닌가에 대해 종종 골똘해하곤 한다. 부모에게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2세들은 더욱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을 텐데 역사적으로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내가 프랑스에서 물리를 공부할 때 자취했던 집의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노벨상수상자들과 어울리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들이셨는데 그들의 유일한 아들은 그렇게 되질 못하고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갔다. 나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가설로 그 분들이 너무 바빠서 자녀의 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자 물리와 공학에는 최고였지만 자기 애를 어떻게 가르쳐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와 다를 바 없었다고 내 나름대로 추리해보곤 한다.

그래서 나는 자녀 교육에 되도록 많은 생각을 하고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연구하고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적용을 해보고 있다. 티타임이나 식탁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몇 시간씩 아이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내 지식을 말해주고, 바다소의 프로그램들을 그에 맞게 개발하기도 했다. 내가 아이들 교육과 관련하여 말하고 생각한 것을 그때그때 메모한 것이 현재 841개다. 책으로 하면 약 600페이지 정도 될 것이다.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 경우에도 아이들에게 되도록 차분하게 말하고, 그것을 메모로 정리하면서 기분을 가라앉히고 오히려 이렇게 메모할 거리를 주어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계속 성장 중이고 지혜도 계속 자라고 있다.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여전히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내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나를 알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기계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바다소 프로그램들이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는 것이다.

밤에 산책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하경이가 준 과자를 자동차 트렁크에 놓아두고 깜빡한 것이 생각났다. 다시 주차장으로 가서 집으로 갖고 왔다. 그 위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제 수험생활 아침마다 밝음에너지로 충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가~ 만난 건~ 신의 한수!!” 마음에 쏙 드는 말이다. 지금 즐거운 만남도 좋지만 한참 지나고 나서도 흐뭇한 만남,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만남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쪽지로 보낸 메모의 위력 첫 번째는 메모는 생각을 망각으로부터 구원하여 영원성을 부여한다고 되어 있다. 말은 곧 기억에서 사라지고 여러 입을 거치면서 왜곡되고, 생각은 잠시 떠올랐다가 물거품처럼 꺼져버리고, 마음은 변덕스럽지만, 메모는 마치 신처럼 영원하다. 그것이 메모의 첫 번째 장점이자 궁극의 위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모를 신의 메모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방금 전까지 이 글의 제목을 뭐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로 글을 썼는데 이제 제목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신의 메모. 하경이가 포스트잇에 쓴 메모야말로 신의 메모가 아닐까?
박형종 05-09 (화) 23:25 글 1268   답글 프린트 2 ▷773 폴더 생각[46]
양혜원   오오 쌤 저랑서문이랑하경이랑 셋이 고삼 일년룸메였는데 역시 저희같은 학생들없죠...ㅎ...바다소에도오고 쌤도 만나뵙고!!ㅋㅋ담엔 넷이또같이뵈어요!! 05-10 21:58  답글 1
  박형종   오호 그렇군!! 그래서 역시 친구를 잘 사귀어야 되는가보네. 넷이 모이면 하루도 모자를 것 같은데ㅋ 그냥 나 빼고 너희들끼리 서울에서 뭉쳐서 놀아ㅋㅋ 05-10 22:09  답글
김하경   쌤♥♥♥ 우리가 만난건 당연히 신의한수죠!!! 페르마처럼 저도 포스트잇이 좁아 충분한 내용을 담지 못했지만 앞으로 20년동안 나눠서 말해야되니까 좀 아껴두는것도 나쁘지않겟죠히히하하호호 이빨이 꼭 보여야했던 저 사진!!!! 잘나왔네요ㅎㅅㅎ♥역시 빡형말이 다옳아!!!!! 05-12 23:26  답글 1
  박형종   ㅎㅎ 내가 사진 좀 찍잖아!~ 물론 모델 인물도 출중하고ㅋㅋ 하경이가 학교 다녀간 후로 빨리 대학생이 되면 좋겠다며 가슴앓이를 하는 고3들이 생겼어. 너처럼 예뻐지고 싶다고ㅋ*~~ 05-13 00:20  답글
  김하경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이에요?? 누가그래요ㅜㅠㅠㅠ미안하네요 안그래도 애달픈고삼들을.....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먹을것도 나눠줫는데ㅜㅜ 05-13 01:08  답글
  박형종   그런 모습들도 부러워할 때야! 특히 하경이의 탁월한 어장관리 능력에는 빠져들지 않기가 힘들지ㅋㅋ~~ 05-13 07:49  답글
  김하경   후 ....맞아요... 어장도 아무나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걸 다들 알아줬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ㅜㅠㅜ 저는 빡형의물고기👻👻 05-13 17:03  답글 1
  박형종   👻 와! 이거 👻👻 재밌는 👻👻👻 이모티콘이군!! 👻👻👻👻👻

맞아! 어장관리는 대단한 능력이지. 그렇지만 나는 어장관리 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사다리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바다소라는 사다리를 타고 더 뛰어난 능력자들이 탄생하기를 기원하고 있지.
05-13 18:27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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